“컴플라이언스”란 용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이제 30년 가까이 지난 것 같다. 한때는 우리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유행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젠 어느 정도 정착된 느낌이다. 그런데 컴플라이언스의 모국 격인 미국에서는 아직도 그것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오늘은 컴플라이언스 개념의 근본적인 성찰을 담고 있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Veronica Root Martinez, Purpose-Driven Compliance, Forthcoming in the Texas A&M Law Review (2026). 저자는 Duke Law School에서 컴플라이언스와 법조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컴플라이언스 전문가이다.
저자는 현재 기업들이 통상 수행하는 컴플라이언스의 성격을 정부나 규제당국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 머무르는 규제대응적(enforcement-driven) 컴플라이언스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규제지향적 컴플라이언스는 임직원의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막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그것을 이른바 목적지향적(purpose-driven) 컴플라이언스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목적지향적 컴플라이언스란 단순히 규제당국의 처벌이라는 외부적인 불이익을 피하려는 소극적인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목적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말한다. 논문은 목적지향적 컴플라이언스를 실천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앞서 언급한 기업스캔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주주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은 컴플라이언스의 과거와 현재를 서술한다. III장에서는 규제대응적 컴플라이언스의 한계를 지적한다. IV장에서는 자신이 주장하는 목적지향적 컴플라이언스를 제시한다. 저자는 회사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목적을 외부적인 규제요건을 충족하는 것에서 회사의 내부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전환함으로써 회사의 가치에 부합하는 보다 체계적이고도 포괄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동적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인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목적지향적 컴플라이언스가 구현된 구체적 사례로 Wells Fargo은행과 제약회사인 Novarfis의 사례를 소개한 후 그런 전환으로 인한 이익으로 다음 3가지를 든다. ①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 ②정부규제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컴플라이언스 활동, ③컴플라이언스의 실효성에 대한 보다 충실한 평가. V장에서는 추가로 부패한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비롯한 일부 논점을 간단히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