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의 포스트에서 Musk의 Twitter인수와 관련하여 합병계약의 강제이행(specific performance)청구가 문제된 사건을 소개한 바 있다(2022.7.30.자). 합병계약 불이행 시의 구제수단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이행 대신 위약금(termination fee)이 활용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강제이행도 종종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이러한 강제이행과 위약금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Dhruv Aggarwal, Albert H. Choi, and Geeyoung Min, Merger Remedies Unbound(2025), forthcoming in Wisconsin Law Review. Choi교수와 Min교수는 나와는 각별한 친분이 있는 재미학자 부부로 이 블로그에서 종종 소개했지만 부부가 공저한 논문을 소개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논문은 Musk가 Twitter와 체결한 합병계약에서 출발한다. 그 계약에는 Musk가 계약 위반 시에는 Twitter주주가 상실한 프리미엄(lost premium)을 Twitter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조항이 존재했다. Musk가 Twitter의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이행을 거부하려 하자 Twitter주주는 Musk를 상대로 계약을 이행하거나 약속한 프리미엄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프리미엄지급청구에 대해서 그 조항이 위약벌을 금하는 계약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선언하였다. 그 판결에 대한 실무변호사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델라웨어주 의회는 그 판결을 뒤엎는 법개정을 단행하였다. 개정법에 따르면 이제 프리미엄의 지급이 합병계약에 명시된 경우에는 유효하게 되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의회의 태도를 계약적 접근(contractarian approach)으로 파악하고 비슷한 경향이 법원의 강제이행조항에 대한 태도에서도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법원은 강제이행청구를 인용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 폭넓은 재량을 누려왔지만 근자에는 법원이 강제이행조항이 합병계약에 포함된 경우에는 법원이 그것이 적합한 구제수단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강제이행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들은 합병계약과 관련하여 이러한 제한없는 계약주의(unchecked contractarianism)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강제이행에 관한 계약법의 개요를 정리한다. II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Twitter주주와 Musk사이의 소송에 대한 Crispo v. Musk판결과 의회의 법개정의 내용을 간추린다. III장에서는 Crispo판결과 개정법의 함의를 논한다.
논문의 핵심은 계약적 접근방식의 문제점을 논한 IV장과 개선방안을 제시한 V장이라고 할 수 있다. IV장에서는 계약적 접근방식의 문제점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든다. ①불완전한 정보로 인한 문제, ②대리비용의 문제, ③제3자에 대한 외부효과. 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③의 외부효과이다. 저자들은 외부효과를 대상회사의 위약금의 경우와 인수회사의 위약금(reverse termination fee)의 경우로 나누어 검토한다. 과도한 위약금은 전자의 경우에는 보다 효율적인 제3의 인수기업이 인수하는 것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인수기업으로 하여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수를 강행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경쟁제한적인 기업인수가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V장에서는 입법적 제안과 법원에 대한 제안을 제시한다. 입법적 제안과 관련하여 특히 흥미로운 것은 회사가 주주를 위해서 상실한 프리미엄을 대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대목이다. 이는 회사의 손해와 주주의 손해를 준별하는 우리 판례, 학설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관해서 저자들은 최근 발표한 다른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Dhruv Aggarwal, Albert H. Choi & Geeyoung Min, Contractual Remedies in Mergers, J.L. & ECON. (forthcoming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