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델라웨어 회사법의 압도적인 지위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외국회사들 사이에서는 별로 인기가 높지 않고 특히 중국회사들 사이에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피하는 경향까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발표된 논문을 소개한다. William J. Moon, Delaware’s Global Competitiveness (2020) 저자는 Yale Law School을 졸업하고 Maryland법대 교수로 있는 젊은 한국계 학자이다. 내가 2016년 NYU에서 지낼 때 저자가 마침 학계진출 희망자를 위한 자리인 acting assistant professor를 하고 있어 한번 만나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우리말도 유창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마디로 장래가 촉망되는 자랑스런 젊은이였다. 얼마 전 Maryland에서 교수직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반가웠는데 회사법분야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한층 더 반갑다.
저자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미국 회사들 사이에서는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외국회사들은 자본시장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과거와는 달리 카리브해의 Cayman Islands 같은 작은 나라의 법을 선호하며 그 현상은 특히 중국회사의 경우 두드러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투자자들을 상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그들이 원하는 법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조세회피처의 법을 택하는 이유를 탐구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표이다.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I장에서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미국회사들에게는 인기가 있고 외국회사들로부터는 인기가 없는 현상을 조망한다. II장에서는 외국회사들에게 인기 없는 이유를 살펴본다. 먼저 가장 유력한 가설인 세금절약목적은 완전한 설명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이어서 외국회사에 적용되는 보다 완화된 증권규제 때문이라는 가설도 설명이 될 수 없음을 밝힌다. 저자는 결국 회사법의 내용이 중요함을 지적한다. III장에서는 이 현상의 교훈을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➀하나는 저자가 territorial market segmentation이라고 부르는 이론이고 ➁다른 하나는 외국에서 델라웨어 회사법을 수입하는 것의 위험성이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➀인데 저자는 다른 시장환경에서 사업하는 회사들이 왜 다른 회사법을 선호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에서 사업하는 회사는 시장여건상 관계자거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회사는 주주소송의 여지를 넓게 인정하는 델라웨어주법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은 국가에 따라 적절한 회사법의 내용이 다를 것이라는 ➁의 견해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끝으로 개인적인 소감 한마디. 논문을 읽다보니 뜻밖에 각주 여러 곳에서 나를 비롯해서 민지영, 강상엽 교수 등 한국학자들의 연구가 인용되어 있어 흐뭇했다. 이제 국제적으로 한국학자들의 연구가 인용되는 일이 더 이상 그렇게 희귀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저자 같은 한국계 학자들이 많이 활약할수록 한국학자들 연구의 visibility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