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의 평가

오늘은 오래만에 도산법에 관한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Steven L. Schwarcz, Bankruptcy’s Redistributive Policies: Net Value or a “Zero-Sum Game”?(2025). 저자는 Duke 로스쿨의 교수로 있는 금융법대가로 이미 블로그의 단골손님이다. 흔히 Chapter 11로 불리는 미국의 기업회생절차는 채무자인 기업에 유리한 법으로 유명하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親채무자적 편향이 과연 부가가치창출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그저 제로섬 게임적 효과를 갖는데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없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친채무자적 편향은 합리적인 연구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적 우연, 경로의존성, 사익추구목적의 로비의 산물이며 외국의 입법례와도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이러한 기업회생절차의 親편향성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분석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장에서는 이러한 親채무자 편향이 형성된 역사적 과정을 살펴본다. 이어서 II장에서는 비교법적 고찰을 시도한다. III장에서는 기존의 연구로 법학적 연구와 경제학적 연구를 정리한다. 논문의 핵심은 IV장과 V장이라고 할 수 있다. IV장에서 저자는 먼저 도산절차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비용과 편익은 정확하게 계량화하고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현행 제도의 친채무자 편향의 합리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저자는 대안으로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모델로 주주우위의 기업지배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러한 주주우위의 기업지배모델이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모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주우위의 기업지배모델에서는 주주가 1차적인 잔여청구권자이고 채권자는 계약에 따른 보호만을 받는데 도산절차가 개시되면 주주의 자리에 채권자가 들어서게 된다. 그리하여 저자는 채권자가 우위에 서는 도산법모델을 도출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사의 의무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이사는 채권자의 몫을 증가시키는 양의 기대가치를 갖는 사업상의 결정만을 해야 한다.

2. 그러나 주주의 몫을 과도하게 감소시킴으로써 채권자의 몫을 증가시키는 결정에 대해서는 주주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

3. 이사는 경영판단원칙에 따라 채권자의 이익과 주주의 손해의 사이에서 성실하게 균형을 맞추는 결정에서 융통성을 부여받아야 한다.

V장에서는 이러한 채권자우위의 도산법모델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저자는 회생가능성이 낮은 채무자는 회생절차 개시시점에 바로 청산할 수 있도록 최소한도의 회생가능성기준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기준은 회생절차가 반복적으로 개시될 여지를 예방할 뿐 아니라 대리비용과 도덕적 해이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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