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법상 이사의 감시의무는 이제 식상할 정도로 친숙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이 블로그에서 무수히 논의되었을 뿐 아니라 BFL의 KBLN중계석에서 가장 먼저 다뤄진 것은(제119호 2023.5)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이 테마를 회사법의 변천이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Itai Fiegenbaum, Caremark’s Politics, Forthcoming, Cardozo Law Review (2025). 지난 2월 소개한 감시의무에 관한 논문(2025.2.19.자)의 저자이기도 한 Fiegenbaum교수는 이스라엘출신 학자로 St. Thomas 대학 로스쿨에 재직중이다.
저자는 州회사법사이의 경쟁이 “top”을 향한 것인가 “bottom”을 향한 것인가에 관한 Cary교수와 Winter판사 사이의 논쟁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제I장).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 양상이 달라지긴 했으나) 델라웨어주의 독주에서 보듯이 실제로는 주회사법사이의 경쟁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델라웨어 회사법의 향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가? 그 물음과 관련하여 저자는 경쟁이 없더라도 델라웨어주 법원은 연방정부의 간섭을 예방하기 위하여 회사법 법리를 적절히 변용해 나간다는 Roe의 견해를 소개한다. 저자는 그러한 델라웨어판례법의 변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감시의무에 관한 판례의 변화를 검토한다. 먼저 저자는 Caremark판결에 의해 투자자보호를 위한 감시의무가 처음에는 주의의무(duty of care)의 일부로 인정되었다가 그것이 책임면제의 대상에 해당함에 따라 면제가 불가능한 충실의무(duty of loyalty)의 일부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해석에 따라 실제로는 이사의 책임이 거의 인정되지 않게된 과정을 살펴본다(제II장). 이어서 Marchand판결에 의하여 “사업의 사활을 좌우하는”(mission critical) 사항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수준의 주의를 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 사정을 간단히 살펴본다(제III장). 그러나 Marchand판결이 선고될 당시 연방입법의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에서 저자는 Roe의 이론만 가지고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그러한 변화를 설명할 보완적인 이론으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제IV장). 저자는 Marchand판결의 변화가 외부의 정치적 압력보다는 회사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해서 보다 민감한 젊은 세대의 주주가 증가함에 따른 주주구성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