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온 대표이사 보수에 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6.4. 선고 2016다24515판결)을 소개한다. 사안의 골자만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2005년경부터 2011년4월까지 X회사 대표이사로 근무한 Y는 2008년2월부터 전보다 수배 증가된 보수를 받았다. X회사의 주주구성은 당해 기간 중 복잡하게 변동되었지만 논의를 위하여 단순화하자면 X의 주식은 P회사가 2008년과 2009년은 100%, 2010년은 80%, 2011년은 60%를 보유하였고 P회사는 A가 실질적으로 지배하였다. X회사의 임원보수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지급되었다. 2008년2월 이후 X회사는 Y를 포함한 임원의 보수지급에 앞서 임원별 구체적 연봉액수에 대해서 A의 승인을 받은 후, (구체적 연봉액수의 합계액을 초과한 금액의) 전체임원보수총액한도를 정한 의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이사회결의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다. 2010년말 개정되기 전 정관에는 Y와 같은 최고경영책임임원의 보수의 결정은 이사회 결의를 요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보수증액에 대해서 이사회결의가 이루어진 바 없었다.
X회사는 보수의 증액부분에 대해서 상법 제388조의 요건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2010년까지의 보수증액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개별 이사의 보수액을 결정․지급하는 과정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의 보수액을 정할 수 있을 정도에 해당하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가진 주주가 그 보수의 결정과 지급에 관하여 승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에서 그 보수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결의가 이루어질 것이 명백하여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판단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증액의 폭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결의나 주총결의에서 구체적 금액을 정한 바 없다는 점, P회사가 X회사의 1인 주주였던 시기에도 A가 P의 1인 주주였거나 P의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Y에 대한 개별 보수 지급의 승인이 있었다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A가 실질적 지배자로서 “매년 Y의 보수를 결재․승인하여 X가 그에 따른 보수를 Y에게 지급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사의 보수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임원보수에 관한 기존 판례에 입각한 것이지만 1인주주가 회사인 경우 그 의사를 어떻게 확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새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형식적인 논리의 면에서는 그럴 듯한 것으로 비치지만 실질적인 관점에서는 의문이 없지 않다. 사안에서 A와 Y사이에 “특별이해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양자 사이에 특별이해관계가 없는 경우라면 A는 Y에 대한 보수결정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는 자라고 할 수 있다. A가 보수를 기꺼이 지급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A가 지배하는 P의 이사회결의나 주주총회결의는 순전히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지급한 보수를 순전히 형식적인 절차미비를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사실관계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사안에서 이해관계자는 이미 A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X회사가 다른 기업에 양수된 경우라면 양수기업은 X회사의 실사를 통한 가치평가과정에서 이미 Y에 대하여 지급한 보수를 반영했을 것이다. 그 후에 다시 형식적인 절차미비를 이유로 보수일부를 환수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을 것이다.
사안에서 보수액은 약19억원에서 갑자기 약52억원으로 증액되었으니 과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사안의 전모를 모르는 처지에서 대법원의 결론이 분쟁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으로는 정의에 부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회사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해결방법은 선뜻 지지하기 어렵다. 이사보수에 관한 제388조의 취지는 과도한 보수를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 문제되는 구체적인 사안을 보면 이 조문이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남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테슬라가 델라에워 법원에서 무효화된 머스크에 대한 2018년 보수 패키지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다시 승인을 받으려고 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델라웨워 법원의 판결이 기존 판결들 보다는 좀 더 엄격한 요건을 요구했던 것인지요?(테슬라 같은 회사가 종전에 법률 자문 없이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그 소식은 금시초문입니다. 그런데 아래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델라웨어주법원이 머스크에게 특별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상위원회의 절차가 부실했고 주주의 승인도 제대로 정보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이른바 전체적공정기준을 적용한 것이니까요. 새로 주총승인을 얻는 것은 이러한 절차적인 결함을 시정하더라도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인 것 같네요. https://finance.yahoo.com/news/harvard-law-professor-elon-musk-211141204.html?soc_src=social-sh&soc_trk=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