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도박

투자와 도박의 구분은 자본시장법의 오랜 테마에 속한다. 어느 쪽으로 분류되는가에 따라 규제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단순히 이론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은 현재 시장에서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는 사행성계약과 관련하여 투자와 도박을 구분하는 기존 규제의 결함을 지적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Karl Lockhart, Betting on Everything, 66 Boston College Law Review __ (forthcoming 2025). 저자는 DePaul대 로스쿨에서 회사법과 금융법을 가르치는 조교수이다.

논문은 특이하게도 따로 서론과 결론이란 장을 두지 않고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장에서는 투자와 도박에 대한 기존의 규제를 설명한다. 이어서 저자는 최근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건계약(event contract)라고도 불리는 예측시장(prediction)이란 현상을 소개한다. 이는 선거나 스포츠 결과 등 각종 사건(event)의 예측에 돈을 거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이다. 미국의 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04년 Nadex란 사건계약 전문 거래소를 최초로 승인하였다. 그러나 사건계약을 보는 CFTC의 시각은 차츰 부정적으로 변하여 선거나 스포츠 결과에 관한 계약의 거래를 금지하려고 시도하였으나 2024년 소송에서 패소하였다. CFTC는 규칙제정을 통해서 그러한 거래를 규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규제의 근거로는 그런 거래가 공익에 반한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공익에 반하는 이유로는 다음 다섯 가지를 든다. ①헤지의 유용성이 부존재함, ②그런 거래의 가격이 유용성이 없음, ③가격결정에 참고하는 정보의 소스가 불투명함, ④시세조종의 우려, ⑤소액투자자의 손해. 그러나 저자는 이런 이유들은 당해 사건계약과 다른 투자의 차이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그리하여 II장에서 도박에 유사한 투자상품과 아울러 투자에 유사한 도박에 대해서 살펴본다.

III장에서 저자는 투자와 도박을 구분하는 새로운 근거 다섯 가지를 역사, 법, 경제적 자료에서 추출하여 제시한다.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정보수집의 잠재력, ②당해 활동의 risk profile, ③당해 활동의 시간적 범위, ④기초자산의 존재, ⑤인위적 위험과 기존의 실제 생활의 위험 사이의 구분. 저자는 ⑤만이 투자와 도박을 구분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기존 위험을 인수하는 것은 투자이고 위험을 인위적으로 창출하는 것은 도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스포츠와 정치에 관한 사건계약은 도박이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저자는 이 부분을 이 논문의 기여라고 강조한다.

IV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의 규범적 함의를 논한다. 저자는 두 가지 규범적 물음을 제시한다. 하나는 투자가 기존의 위험을 이전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 당국은 어떤 범위의 위험까지 이용을 허용할 수 있나? 시장이 성립할 수 있으려면 위험을 이전하는 기업(헤지기업)이 어느 정도로 많이 있어야 하나? 저자는 일단 시장이 성립하면 헤지기업은 非헤지기업, 즉 투기자에게도 위험을 이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투기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카지노에 유사하게 될 것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다수의 사건계약과 (날씨선물 같은) 금융상품은 소수의 기업이 기존 위험을 이전하는 것을 허용해주지만 非헤지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란 점에서 동일한 범주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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