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웨어주 회사법의 역사적 전개

회사법분야에서 델라웨어주법, 특히 그 판례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은 그 판례법의 역사를 시기별로 조망하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 Travis Laster, An Eras Tour of Delaware Corporate Law. 저자는 유명한 형평법원의 현역 판사이며 논문은 회사법분야 저널인 Journal of Corporation Law의 창간 50주년을 맞아 작성된 것이다. 44년 전 내 첫 논문을 그 저널에 발표했던 나로서는 감회가 없지 않다.

논문에서는 주정부가 수립된 1776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델라웨어주 회사법의 역사를 다음 아홉 시기로 나누어 각 장에서 한 시기씩 서술한 후 그 역사의 교훈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I. THE ANTECEDENT ERA: 1776 TO 1899 p2

II. THE CHARTER-MONGERING ERA: 1899 TO 1913 p2

III. THE QUIET ERA: 1913 TO 1963 p5

IV. THE RESPONDING ERA: 1963 TO 1977 p7

V. THE REFORMATION ERA: 1977 TO 1989 p13

VI. THE MODERATING ERA: 1990 TO 1998 p35

VII. THE GENERATIVE ERA: 1998 TO 2013 p46

VIII. THE IMPLEMENTING ERA: 2014 TO 2019 p71

IX. THE CURRENT ERA p80

각 시기마다 법원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였고 그 도전에 대해서 상이한 대응을 보여주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의 평가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델라웨어법원은 그 당시의 법적 환경에서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회사법을 형성하는 “원칙에 기반한” 시스템(principles-based system)을 일구어냈다. 논문은 Journal of Corporation Law가 창간된 1974년 이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특히 다음 세 가지의 중요한 분야, 즉 지배주주거래, 제3자와의 M&A, 주주대표소송에 주목한다. 저자는 각 시기별로 법원이 확립한 법원칙(rules), 발생시킨 결과(results), 구사한 레토릭을 검토한다.

이하에서는 저자에 정리한 각 시기의 서술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만을 추려보기로 한다. 먼저 1776년부터 주회사법이 제정된 1899년까지 약120년간 회사법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1899년부터 1913년 사이에 델라웨어주는 당시 회사설립지로 인기있었던 뉴저지주의 지위를 빼앗는데 성공하였다. 델라웨어주는 뉴저지주 법을 모방하였을 뿐 아니라 뉴저지주 판례의 구속력을 인정하였고 뉴저지주에서와 같이 회사분쟁을 처리하는 법관을 정치적 소속과 무관하게 선임하는 등 매우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하였다. 반면에 나중에 대통령으로까지 선임된 뉴저지주의 윌슨 지사는 뉴저지주의 자유로운 회사법이 독점을 촉진하였다고 비판하며 지주회사를 금지하는 등 대기업을 통제하는 입법을 추진하였다. 그리하여 1922년에 이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중 델라웨어주에서 설립된 회사가 55%를 차지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그 수치는 거의 변함이 없다.

저자는 이후의 1913년부터 1963년까지의 50년간은 “조용한” 시기로 묘사한다. Bayless Manning이 1962년 발표한 논문에서 “회사법이 지적인 활동의 분야로는 사명하였다”고 선언한 것은 아마도 그러한 조용한 시기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63년부터 1977년까지의 시기는 다른 주와의 경쟁으로 인하여 회사설립 수가 감소하는 현상에 대처하던 시기였다. 주의회는 먼저 주회사법을 대폭 개정하였고 주대법원은 이사나 지배주주의 책임을 인정한 형평법원판결들을 파기하였다. 이런 델라웨어주의 대응은 William Cary로부터 “바닥을 위한 경주”(race to the bottom)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1977년에서 1989년까지를 개혁시기로 부르고 초기(1977-1982)와 후기(1982-1990)로 나누어 설명한다. 초기의 판례로는 소수주주축출을 제한하는 판례들과 특별소송위원회와 대표소송에 관한 판례들을 검토한다. 후기의 판례로는 소수주주축출에 관한 판례로 유명한 Weinberger판결, 대표소송에서 이사회에 대한 청구요건의 면제에 관한 Aronson판결, 그리고 제3자에 의한 기업인수에 대한 유명한 판결들(Van Gorkom, Unocal, Moran, Revlon)을 검토한다. 저자는 1990년에서 1998년까지의 시기를 조정의 시기로 본다. 법원은 개혁시기의 판례들을 통합하고 모호한 부분을 제거하려고 시도하였다. 법관들은 확실성과 예측가능성이 델라웨어주법의 목표임을 명시하였다. 저자는 조정의 대상으로 전체적 공정기준, 강화된 심사, 대표소송, 형평법의 적용범위 등의 논점을 검토한다.

저자는 1998년에서 2013년까지를 생성시기, 그리고 2014년에서 2019년까지를 실행시기로 부른다. 저자는 이 두 시기에 결정적인 활약을 한 인물로 Strine판사를 지목한다. Strine은 생성시기에는 형평법원의 판사를 지냈고 2014년에는 대법원장으로 승진하여 실행시기의 막을 올렸다. 저자는 누구도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Strine대법원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한다. Strine과 동료판사들은 생성시기 동안은 기존 회사법판례의 개선방안을 모색했고 실행시기동안은 그것들을 실현하였다. 이 부분은 델라웨어주 회사법의 주요판례를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소개는 생략한다. 2019년에는 Strine대법원장이 퇴임하였고 그로부터 실행시기는 막을 내리고 현시기가 시작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현시기의 법원은 대체로 새로운 판결을 내놓는 대신 실행시기의 판례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대신 입법에 의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을 새로운 추세가 아닌가 추측한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교훈에서 저자는 델라웨어주 판례법이 예측불가능하다는 비판에 대해서 반박한다. 저자는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유일하거나 최상의 목표는 아니며 정의와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투명성, 무결성(integrity), 대응성, 독립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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