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경영권분쟁이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그런 사례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여부는 접어두더라도 경영권 방어를 둘러싼 판례와 학설, 그리고 실무가의 수준향상에는 확실히 기여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런 현실의 일단을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나온 동경지방재판소의 하급심 결정(2025.5.7.결정 자료판 상사법무 495호 46면)을 소개한다. 소개는 상사법무(2396호(2025.7.15.) 4~22면)에 실린 다음 글에 의존하였다. 太田洋, ニデック対牧野フライス事件東京地裁決定の分析と検討. 저자인 오오타변호사는 집필활동도 매우 활발한 실무가로 이 사건에서는 승소한 마키노프라이스제작소(마키노)를 대리하였다고 한다.
저자가 정리한 사실관계는 매우 구체적이지만 골자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2024년12월27일 니데크란 상장회사가 마키노란 상장회사를 상대로 사전교섭도 없이 바로 2025년4월4일에 공개매수를 할 예정이라는 “기업인수제안”을 공표하였다. 마키노는 1월10일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당해 제안에 대해 검토를 개시한 결과 검토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니데코에게 공개매수의 개시일을 2024년 결산 발표일의 약 1주일 후인 5월9일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요청의 주된 이유로는 경쟁적인 제안을 유치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니데크가 그 요청을 거절하자 마키노는 3월19일 “매수에 대한 대응방침”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데크는 공표한 바와 같이 4월4일 공개매수를 개시하였다.
공개매수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공개매수의 목적은 마키노를 니데크의 완전자회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매수가격은 제안일 전 일정기간의 평균주가에 50% 내외의 프리미엄을 붙여 정하였다. 매수주식 수의 상한은 없었으나 하한은 50%를 약간 넘는 선으로 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공개매수기간 중 응모주식 수가 하한선을 넘는 경우에는 바로 그 사실을 공표하고 다음 영업일로부터 10영업일을 추가하여 나머지 주주들에게도 응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다는 점이다. 나아가 니데크는 응모주식이 2/3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완전자회사화를 위한 소수주주축출을 추진할 것이지만 축출을 위한 주식병합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2/3에 달할 때까지 주식을 공개매수가격으로 추가 매입할 예정임을 밝혔다.
마키노는 이러한 니데코의 시도에 대항하기 위하여 4월10일 차별적인 행사조건 및 취득조항이 부착된 신주예약권(포이즌필)의 무상배정을 결의하였다. 그 포이즌필은 주주총회에서 그 발동에 대한 의안이 승인되는 것을 조건으로 발동하게 되어 있었고 만약 니데크가 공개매수를 5월9일 이후에 개시하거나 마키노가 니데크의 공개매수 개시 전에 니데크의 제안보다 유리한 조건의 경쟁적인 제안을 확보한 경우에는 바로 폐지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즉 당해 포이즌필의 기능은 마키노가 경쟁적인 제안을 유치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니데크는 포이즌필의 무상배정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법원(동경지방재판소)은 그 신청을 기각하였고 그 직후 니데크는 기업인수계획의 철회를 공표하였다.
법원은 포이즌필의 효과를 니데크가 취득한 마키노주식의 의결권을 희석하는 효과(본래적 효과)와 공개매수의 개시를 5월9일 이후로 사실상 강제로 연기시키거나 공개매수기간을 주주총회일 이후까지 강제로 연장시키는 효과(중간적 효과)로 구분하고 각각 필요성과 상당성을 판단하였다. 법원은 당해 포이즌필이 본래적 효과와 중간적 효과의 모든 면에서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니데크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이곳에서는 시간확보라는 중간적 효과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한 판시만을 소개한다. 법원은 먼저 시간확보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공개매수가 연기되거나 기간이 연장되는 경우에는 “경쟁제안이 행해질 것이라는 일정한 개연성이 생기거나 높아진다고 할 수 있는 경우로서 본건 공개매수에 의한 이익을 향수할 수 있는 시기를 같은 정도 연기하는 것이 주주공동의 이익의 관점에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본건 무상배정의 필요성을 긍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한편 시간확보의 상당성과 관련하여 법원은 공개매수의 지연으로 니데크가 불이익을 입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그와 같은 불이익을 넘는 특별한 불이익이 니데크에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적 효과의 상당성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사후적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무상배정의 중간적효과는 그 필요성에 상응하는 상당성의 범위를 일탈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법원은 공개매수에 강압성이 없는 경우에도 포이즌필을 사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본건에서 강압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검토한 후 강압성을 인정하였지만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