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부터 주주민주주의란 용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러한 나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듯한 제목의 논문이 나왔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Sergio Alberto Gramitto Ricci, Daniel J.H. Greenwood & Christina M. Sautter, The Shareholder Democracy Lie, 78 Florida Law Review (forthcoming 2026). 공저자들은 앞의 두 사람은 Hofstra대학, 끝의 사람은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의 로스쿨 교수인데 우리 블로그에서는 처음 등장하는 분들이다.
논문제목은 주주민주주의가 거짓말이란 것인데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주주민주주의의 의미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주민주주의란 용어는 의미하는 바가 모호했다. 그런데 주주민주주의란 말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등장했던 것은 권위주의 시절이었던 터라 민주주의란 말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특히 어려웠다. 내가 특히 거부감을 느꼈던 주주민주주의의 사용례는 주주총회와 관련된 경우였다. 아직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주총회가 소수의 주주들만이 참석하여 단시간에 마무리되는 상황을 “주주민주주의”에 반하는 후진적인 현상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 심지어는 회사법학자들 사이에서도 – 강했다. 나로서는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주주총회를 길게 가져갈 수도 있지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회사경영상 심각한 문제도 없는 상황이라면 단시간에 주주총회가 종료되는 것은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합리적 투자자라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을 지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치의 세계에서는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경제의 세계에서 주주가 회사의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 학부에서 회사법을 가르칠 때에도 과연 이러한 초보적(elementary!) 사실까지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품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주주민주주의란 레토릭은 아직도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그 용례도 다양하다고 한다(I장). 그런데 주주민주주의에 대한 저자들의 이해는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조금 결이 차이가 있다. 그들은 주주민주주의를 ①주식의 소유권이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분산되고 ②이들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논문에서는 이 두 가지 명제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본론에 앞서 논문에서는 주주민주주의 레토릭의 기원과 그 매력을 위임장 권유를 중심으로 살펴본다(II장). 이어서 저자들은 현재 미국에서 주식소유는 소수의 부유층에 집중되어 있고(III장), 의결권 행사과정에서도 주식소유의 기관화로 인하여 실질적인 투자자가 아니라 법적 주주인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도 의결권자문기관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IV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