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 기초한 지배자와 신인의무

오늘은 블로그의 단골테마인 회사법과 사적조정에 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onathan C. Lipson & Eli Alexander Evans, “Contractualizing Corporate Governance,” 80 University of Miami Law Review 613 (2026). Lipson교수는 Temple대 교수로 2년 전 도산법에 관한 논문을 소개한 바 있는데(2024.8.24.자) 논문은 자신의 제자인 로스쿨 학생과 공저한 것이다.

이 논문은 회사법상 신인의무(fiduciary duty)와 계약자유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종래 양자의 충돌 시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로 인한 불확실성이 문제될 여지가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이사회가 경영권한과 그에 수반되는 신인의무를 계약으로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사모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투자와 관련하여 계약으로 업무집행에 대한 승인권 등을 통해서 이사회권한을 제한하는 사례(회사지배계약)가 증가하였다. 논문의 제목인 contractualizing corporate governance는 바로 이런 현상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회사지배계약의 문제점으로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를 반드시 지배주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신인의무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든다.

저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특히 부각시킨 현상으로 다음 두 가지에 주목한다. ①하나는 Moelis판결 후 채택된 델라웨어 회사법 §122(18)이고 ②다른 하나는 Musk판결 이후에 채댁된 §144이다. ①은 회사가 회사지배계약을 통해 이사회의 업무집행권한을 폭넓게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②에 따르면 “control”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가 크게 축소된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회사에 대한 지배권은 폭넓게 이전됨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배자(controller)로서 신인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은 대폭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특정거래상의 지배(transaction-specific control)와 같은 개념을 통해서 지배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유연하게 인정했던 과거 델라웨어 판례와 일관되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또한 이사회가 회사지배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사회가 계약으로 특정 투자자에게 광범위한 거부권을 부여하는 경우 그 자체가 회사와 일반주주에게 유리한지, 이사회권한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할 때 저자들은 헌법상의 적법절차와 유사한 “corporate due process”를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corporate due process”의 요소로 다음 3가지를 든다. ①notice, ②participation, ③ independence. ①은 이해관계자들이 계약상 통제권의 존재와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 ②는 주주나 이사회 등 영향을 받는 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③은 의사결정자가 계약상 지배자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Leave a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2026 Copyright KBL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