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도산법의 역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생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관련 기업 뿐 아니라 사회전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법제도 정비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 같다. 기업회생과 관련해서는 도산법이 중요한데 마침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하여 도산법의 역할에 대해서 검토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Edward R. Morrison and Andrea C. Saavedra, Bankruptcy’s Role in the COVID-19 Crisis (2020)

저자들은 도산법의 핵심 기능은 절차중지(automatic stay)인데 이번 사태에서도 절차중지의 필요가 있으므로 도산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대기업, 소기업, 소비자를 나누어 도산법의 역할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기업에 관해서만 살펴본다. 저자들은 대기업의 경우에는 회생절차가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소기업의 경우에는 회생절차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지원조치를 보조하는 조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저자들이 대기업의 경우 회생절차의 적용을 주장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대기업의 회생절차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미국의 경험이다. 미국에서는 대기업 회생절차가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되며 성공적으로 회생하거나 기업인수가 이루어진 사례가 많다. 특히 회생절차는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한 대규모 불황 시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부실이 협력업체로 확산되고 실업을 증가시키는 것을 막았다. 대규모 정부지원이 있었던 GM과 크라이슬러가 회생절차를 통해서 불과 몇 주 내에 매각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들 중에는 이번 사태가 있기 전부터 이미 부실에 빠졌지만 과도한 채무부담을 통해서 연명해오던 이른바 좀비기업이 상당 수 존재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국민세금이 투입되기 전에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의 경우에는 지원과 아울러 회생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소기업의 경우에는 회생절차의 한계 때문에 그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면이 있다. 회생절차가 소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법률 및 회계서비스 비용이 과다하다는 점이나 회생에 이르지 못하고 청산하게 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른바 절대적 우선순위원칙(absolute priority rule)이다. 이에 따르면 주주들은 회생절차를 통해서 주주지위를 잃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소기업에서 지배주주는 사업에서 핵심적인 존재인데 지배주주가 회사를 떠나야 한다면 지배주주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회피하려 할 뿐 아니라 설사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회사를 회생시키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2019년 여름 제정된 Small Business Reorganization Act에 의해서 다소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회생절차에는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따라서 저자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소기업의 문제를 회생절차를 중심으로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므로 CARES Act 등 다른 지원조치에 주로 의존하고 회생절차는 부수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고 있다. 저자들은 회생절차와 무관한 일반적인 절차중지와 유동성공급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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