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 간에 경영권분쟁이 진행 중인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는 드물게도 소수파주주쪽에서 추천한 후보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로 선임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기존 경영진과 대립하는 주주 쪽에서 추천한 후보가 이사로 선임되는 일는 드물지만 간혹 발생한다. 이런 이사들의 권한과 의무에 대해서는 아직 별로 논의가 없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과거 어느 상장회사 사외감사로 일할 때 마침 그 이사회에는 외국투자자가 추천한 사외이사와 경쟁관계에 있던 주요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있었다. 당시 독자적인 주주들이 추천한 이런 이사들이 어떤 권한과 의무를 갖는지를 둘러싸고 회사 내에서 늘 의견이 분분했다. 한국앤컴퍼니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종종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마침 상사법무 최근호에 이에 관한 글이 실렸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福田剛, アクティビスト株主派遣取締役の最新実務 ─米国の実務と日本法の下での法的考察─, 商事法務 2259호(2021.4.5.) 36면. 저자는 변호사로 델라웨어주법과 일본법을 비교하며 함께 살펴본 글인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파견이사는 합작투자나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의 투자의 경우에도 흔히 수반되지만 저자는 파견이사 일반의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행동주의투자자가 파견한 이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이사를 activist이사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편의상 파견이사라고 부르기로 한다. 전세계적으로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파견이사의 사례가 늘고 있어 2019년에는 65개사에서 122명의 파견이사가 선임된 바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그런 사례가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행동주의 주주는 자신의 내부자를 파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외부자를 파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전자는 내부파견이사, 후자는 외부파견이사라고 부르기로 하지만 전자의 경우에 더 문제가 많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다음과 같은 실무상의 문제이다. ➀파견이사의 정보청구권의 범위, ➁파견이사가 취득한 정보와 관련한 비밀유지의무, ➂행동주의 주주와 회사 사이에 이익충돌이 있는 경우 파견이사의 이사회활동제한. 저자에 따르면 일본법과 델라웨어주법이 파견이사를 다루는 방식은 대체로 대동소이한데 이하에서는 차례로 그 특징만을 간단히 소개한다.
➀과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델라웨어주법은 개별이사의 정보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 비하여 일본의 다수설은 정보청구권을 이사회 차원에서만 인정하고 개별 이사 차원에서는 부정한다는 점이다.
➁와 관련하여 주로 문제되는 것은 파견이사가 회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자신을 추천한 주주와 공유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델라웨어주법은 이에 관해서 분명한 기준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이익충돌이 없는 한 공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일본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지만 저자는 적어도 이익충돌이 있는 경우에는 공유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➂이 문제되는 경우는 주로 내부파견이사와 관련해서이다. 앞서 내가 사외감사로 일한 회사에서 경쟁사에서 파견한 이사는 내부파견이사였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늘 이익충돌을 문제삼았다. 회사 측은 그 이사의 존재를 핑계로 사외이사들의 정보요구에 미온적이었다. 델라웨어주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내부파견이사에게 출석을 회피하도록 유도하거나 한걸음 더 나아가 이사회 결정으로 그 이사를 당해 사항의 심의에서 배제시키는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저자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해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회피와 관련하여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회피하는 것은 주의의무위반에 해당할지 여부를 논하는데 저자는 그런 가능성을 부정하는 쪽이다. 파견이사를 이사회 심의과정에서 배제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심의대상인 거래의 진행단계를 나누어 검토하고 있다. 안건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도 다른 이사들에게는 보고하면서 이익충돌이 있는 파견이사에게는 보고하지 않는 것이 허용된다고 본다. 흥미로운 것은 이사회 표결단계인데 그와 관련해서는 파견이사가 특별이해관계 있는 이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일본에서도 통설적 견해는 이사가 “회사에 대해서 충실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정형적으로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개인적 이해관계 내지 회사외의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 특별이해관계를 인정한다. 또한 겸임이사가 있는 회사간의 거래에서는 내부파견이사가 문제된 거래에서 상대방인 회사를 대표하는 경우가 아닌 한 특별이해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라고 한다. 이런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이익충돌 있는 이사의 의결권행사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결과가 되는데 저자는 이런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며 특별이해관계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것을 주장하는 최근의 유력설에 동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