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부자거래규제는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비판과 개선방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등장했지만 오늘은 특이하게도 외국의 규제를 참고하여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 미국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John P. Anderson, Regulatory Ritualism and Other Lessons from the Global Experience of Insider Trading Law (2021). 약 1년 전 블로그에서 한번 언급한 바 있는(2020.5.26.자) 저자는 미시시피대학 교수로 아직 만나본 일은 없지만 특히 내부자거래에 관한 저작이 많은 학자이다. 이 논문은 내부자거래에 관한 이제까지의 논의를 폭넓게 정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EU, 호주, 일본, 중국 등 주요 외국의 규제상황을 비교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다음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 I장에서는 미국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 II장에서는 내부자거래규제의 국제적 확산을 살펴본다.
– III장에서는 주요 국가의 규제개요를 소개한다.
– IV장에서는 규제가 수렴하는 경향을 지적하고 그 윤리적, 경제적 근거를 검토한다.
– V장에서는 저자가 규제의 의례화(regulatory ritualism)이라고 부르는 현상, 즉 규제의 목적에 대한 믿음이나 규제를 실제로 집행하려는 의도도 없이 전시용으로 규제를 도입하는 현상에 대해서 논한다.
– VI장에서는 미국의 규제를 개혁할 때 외국의 규제에서 배울 점을 제시한다.
다음은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게 읽은 I장과 VI장에 관한 소감 몇 마디.
먼저 I장의 현행 규제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저자는 모호성(vagueness)과 과도하게 넓은 적용범위를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끌지만 그로 인해 기업내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도 효율적이지 못하게 된다는 평가도 흥미롭다.
VI장에서는 먼저 이제 내부자거래규제를 더 이상 판례에 맡기지 말고 선진외국 입법례에 따라 제정법으로 규정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는 신인의무에 기초한 현재의 판례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입법으로 EU와 같은 정보의 평등 원칙에 기초한 법제를 도입하는 것에 긍정적이다. 만약 신인의무에 근거한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중대성”이나 “공개성”과 같은 모호한 요건은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미있는 것은 중대성과 관련해서 저자가 중국법에 따라 (과거 우리 증권거래법에서와 같이) 중대성이 인정되는 정보(예컨대 영업이익, 배당 등)의 목록을 법에 명시할 것을 주장하는 점이다. 나아가 저자는 그런 정보도 EU의 시장남용규제(Market Abuse Regulation)에서와 같이 명확성(precise nature)과 주가에 대한 중요한 영향의 가능성도 충족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을 따른다면 내부자거래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공개의 방법과 관련해서도 저자는 – 우리법도 마찬가지지만 – 일본법에서와 같이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제안한다.
내부자거래규제가 미국법의 산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 20세기의 마지막 30년 사이에 세계 각국이 다투어 규제를 도입한 것은 미국법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미국에서 규제개혁을 논하면서 다른 나라 입법에서 배울 것을 촉구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니 비교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