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서의 자본시장규제의 통합이 진전됨에 따라 이제 EU법은 미국의 증권규제에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다. 양자는 적어도 기능면에서는 상당 부분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진행 중인 사안에 관한 공시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그에 관한 미국법과 EU법을 비교하는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Ido Baum & Dov Solomon, More JoMo less FoMo: The Case for Voluntary Disclosure of Uncertain Information in Securities Regulation, 14 Va. L. & Bus. Rev. 171 (2020). 저자들은 모두 이스라엘출신으로 보이고 유럽에서 활동하지만 미국학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찌된 일인지 저자들의 다른 논문은 SSRN에 올려져있는데 이 논문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논문에서 대상으로 삼은 것은 합병과 같이 상당한 시간의 교섭을 거쳐서 성사되는 거래에 관한 공시이다. 미국기업과 EU국가기업 사이에 합병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합병에 대해서는 합병당사자인 기업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행이다. 저자들은 진행 중인 사안의 공시에 관한 두 지역의 규제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행이 존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하며 비교법적 검토를 시작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양 지역의 법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➀중요성(materiality)의 정의; ➁중요정보의 공시의무의 존재여부.
➀과 관련하여 미국법은 Levinson판결에서 채택한 이른바 “개연성/중대성”(probability/magnitude)기준을 적용하는데 비하여 EU법은 “명확한”(bright-line)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EU법의 기준을 명확하다고 보는 이유로 저자들은 EU법이 당해거래의 체결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체결가능성이 50%를 넘는 시점에 공시의무의 대상인 “적확한 정보”(precise information)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이 부분의 주장은 크게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➁와 관련해서 미국법은 공시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데 반하여 EU법은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미국법의 태도가 EU법에 비하여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EU법도 미국법의 방향으로 변경할 것을 주장한다. 그 근거로는 다음 세 가지를 든다. ➀미국법에서는 공시의무는 없지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한 경우에는 내부자거래로 처벌하기 때문에 중대한 거래의 경우에는 개연성이 높지 않은 경우에도 미리 공시할 인센티브가 있다. ➁공시의무를 부정하는 미국법하에서는 중요한 정보만이 공시되지만 EU법하에서는 사소한 정보도 공시해야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정보공시로 투자자의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 ➂미국식의 임의공시는 EU의 강제공시에 비하여 비용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확정기준을 택한 EU법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소규모거래라도 조기에 공시의무가 부과되므로 회사의 공시부담이 크지만 미국법하에서는 회사는 합병과 같은 중대한 거래의 공시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이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서론에 이은 II장은 미국법을, 그리고 III장은 EU법을 각각 설명한다. EU의 시장남용규정(Market Abuse Regulation: MAR)의 특징은 내부자거래에서의 내부정보와 수시공시의무의 적용대상인 정보를 일치시키고 있는 점이다. 그러므로 미국에서와는 달리 EU법에 의하면 시기상조의 공시가 강제될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에 대비하여 EU법은 몇 가지 공시유예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IV장에서는 미국법과 EU법을 비교한다. 먼저 중요성에 대한 기준을 살펴보고 그런 차이가 주주구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을 주장한다. 즉 주식소유가 상대적으로 집중된 EU에서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관심을 갖는 대규모주주들이 많은데 비해서 주식소유가 분산된 미국에서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무관심한 주주들이 많다는 점이 그런 규제상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V장에서는 미국법의 태도가 EU법보다 더 바람직한 이유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