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포스트(2022.2.26.자)에 이어 다시 한 번 이해관계자중심주의의 현실적 문제점을 다룬 논문을 소개한다. Robert T. Miller, How Would Directors Make Business Decisions Under a Stakeholder Model? Business Lawyer (2022 Forthcoming)
이해관계자이익을 강조하는 논자들의 견해는 다양한 차원에서 주장되고 있지만 가장 강한 형태의 이해관계자모델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경우에도 이사회가 이해관계자를 위해서 회사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본다. 저자는 이런 견해는 델라웨어주법원이 회사재산의 사용은 주주들에게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Revlon판결에서 채택한 법리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자중심주의를 추종하는 학자들은 Revlon판결의 판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논문에서 제시하는 이해관계자모델의 문제점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이해관계자모델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골고루 반영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주주이익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적용된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은 계약이나 법률에 의해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②이해관계자모델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사회의 결정은 우열을 판단할 수 없는 모호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③이해관계자모델에서 적용할만한 규범적인 기준들로 Kaldor-Hicks효율성, 이해관계자들사이의 가상적 교섭, 다른 종류의 주식에 대한 합병대가배분에 관한 델라웨어주법원판례 등에 근거한 기준들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현실적으로 이사회 결정의 불확정성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④결국 이해관계자모델에 따르면 이사회 결정은 정치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고 합리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의 교섭력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이 점은 이해관계자모델의 지지자들도 인정하는 바이다.
이해관계자모델의 위와 같은 문제점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정작 흥미를 끄는 것은 결론에서 밝히고 있는 저자의 관측이다. 저자는 이해관계자모델에 따르면 이사회 결정은 정치적으로 이루어지고 불확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왜 이해관계자모델이 대기업경영자, 기관투자자, 의결권자문기관, 정치인, 회사법학자들을 포함해서 그렇게 널리 지지를 받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들 각 분야 구성원의 다수가 기후변화, 환경문제, 인종과 성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진보적 정치지향을 가진 사회경제적 계층에 속한다는 점에서 찾는다. 저자는 이해관계자모델이 내재적 논리에 따라 그런 사회적 이슈를 추진하기에 이른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지지가 이해관계자모델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해관계자모델은 구체성을 결여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여건의 변화에 따라서는 사악한 목적으로도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그 예로 이해관계자모델과 비슷한 견해를 내세우던 Ford가 당시 反유태인적 사상을 퍼뜨리고 있었음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