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 블로그에서 Mariana Pargendler교수의 논문, The Grip of Nationalism on Corporate Law에 대해서 소개한 바 있다(2020.5.10.자). 그 논문은 민족주의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에 입각한 것인데 오늘은 거꾸로 민족주의와 보호주의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킨 최근 논문을 소개한다. Martin Gelter, Is Economic Nationalism in Corporate Governance Always a Threat?(2022)
Pargendler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민족주의를 일반적인 용어례와는 달리 보호정책을 통해서 자기 나라의 내부자들을 외부자보다 우대하려는 정치적 의지로 파악하였다. Gelter교수는 보호주의와 민족주의를 구분하여 전자는 주로 국내기업의 경영권보호, 후자는 국제경제에서 국가의 위상의 제고를 추구하는 의미로 파악하지만 이곳에서는 편의상 양자를 모두 민족주의로 부르기로 한다. 2000년대까지 국제적으로 지배구조는 주주이익을 강조하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수렴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런 움직임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약화되었고 특히 코로나사태를 맞아 그런 추세는 더욱 심화되었다. 그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국유화나 국제경쟁으로부터의 국내기업 보호 등의 현상이다. 저자는 이 같은 민족주의적 조치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4장).
①세계화모델은 외국투자자도 국내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재무적 이익을 추구함을 전제한다. 그러나 외국투자자, 특히 외국정부가 지배하는 외국투자자는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있으므로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
②각국이 추구하는 사회경제적 모델은 반드시 동일하지 않다. 각국이 지향하는 노사관계의 형태가 그 대표적 예이다. 그 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외국투자자가 장악하는 경우에는 이들은 투자자이익을 한층 강조하는 방향으로 노사관계를 변화시키거나 다른 이해관계자에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당해국가의 사회경제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③사회정치적 네트워크와 인간적 네트워크의 면에서 주로 A국에 속한 X회사로서는 B국의 정치인이나 국민의 동의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따라서 일시적 불황을 맞게 되는 경우 X회사가 B국에서 영위하는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 그러므로 외국인투자자가 재무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라도 그 지분이 증가하게 되면 사업의 폐쇄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는 고용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설사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④코로나사태와 관련하여 기업의 회복력(resilience)이나 embeddedness의 관점에서도 민족주의적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이 부분이다. 저자에 따르면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지배구조에서 기업의 회복력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저자는 회복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embeddedness란 개념을 동원하는데 “뿌리내림”이나 “배태성”으로 직역되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루스”하지만 “결합성”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낭비(corporate fat) 없이 시장거래에 의하여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코로나사태와 같은 비상시에는 “결합성”이 높은, 기름이 낀 기업이 생존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 결합성의 예로는 우리 재벌과 같은 집단구조, 장기적대출거래관계, 협력업체관계, 근로자와의 관계를 든다. 이런 결합성이 있는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비상시에 상호간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보험사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생존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거꾸로 주식소유가 분산되고 제3자와의 시장거래에 의존하는 독립기업은 결합성 있는 기업에 비하여 대리비용은 낮지만 회복력의 면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