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글은 Fundação Getulio Vargas Law School이란, 브라질에서 역사는 짧지만 명문으로 손꼽는 법대의 회사법 교수인 Mariana Pargendler교수의 The Grip of Nationalism on Corporate Law이란 논문이다. Pargendler교수는 최근 국제학계에서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견교수로 이 논문은 2019년 ECGI 법률부문 논문상을 받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만난 일이 없는데 논문 서두에 도움을 준 사람들 명단에 노혁준 교수가 들어있는걸 보면 노교수는 친분이 있는 모양이다.
이 논문의 주된 논지는 세계 각국의 회사법은 국내의 민족주의적 압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민족주의를 일반적인 용어례와는 달리 보호정책을 통해서 자기 나라의 내부자들을 외부자보다 우대하려는 정치적 의지로 이해하고 있다. 이제까지 국제 회사법학계에서 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세계화의 물결 속에 회사법이 수렴할 것인가 아니면 이른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 때문에 다양성이 유지되는가에 관한 문제였는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특히 내국인에 의한 기업지배를 보호하려는 민족주의적 정서의 영향력이란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의 적대적 기업인수로부터 국내기업 경영권 보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민족주의 정서는 역사적으로도 늘 존재했고 세계 각국에서 모두 발견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비교적 자본시장이 발달한 영미에서는 덜 두드러지지만 특히 자본시장 규모가 작고 외국인지분이 높은 나라에서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는 이처럼 민족주의의 영향력이 대두한 요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➀외국인이 정치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 ➁엘리트와 노동자 등 내부세력들의 강력한 연대, ➂보호주의적 목적을 달성하는 은밀한 수단으로 회사법을 이용하는 것. ➁와 관련하여 “회사법을 통한 민족주의의 추구가 성공하는데 반드시 그것이 진정한 것이거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일 필요는 없다. 흔히 민족주의는 순전히 사적인 이익을 감추는 연막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평소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며 내가 생각하던 것과 너무도 같아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또한 외국인지분이 늘게 되면 투자자보호가 강화될 것이라는 일부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오히려 투자자보호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회사법개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저자의 냉정한 전망도 설득력이 있다.
이 글은 프랑스, 독일, 스칸디나비아, 스위스, 영국, EU, 일본, 브라질, 미국 등에서의 민족주의의 영향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바치고 있는데 각국의 전반적인 동향을 이해하는데 편리한 자료라고 판단된다.
흥미로운 연구이고,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생각을 울리도록 쓴 거 같네요. Anatomy of Corporate Law 최신판을 번역할 때 Pargendler 교수가 저자로 추가되면서 브라질 회사법이 추가되면서 책의 맥락이 간혹 끊어지고, 브라집법까지 공부해야 하는 불편함을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맹활약의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