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방어수단에 관한 일본의 최근 판례

2015년부터 서울대와 동경대의 상법교수들 사이에는 1년에 두 차례 서울과 동경을 오가며 세미나를 갖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에는 ZOOM을 통해서 비대면으로 만나고 있는데 지난 2월23일 세미나가 있었다. 동경대측에서는 후지타(藤田友敬)교수가 경영권방어수단에 관한 최근 판례에 대해서 발표했고 서울대측에서는 송옥렬교수가 최근 논란이 되었던 물적분할에 대해서 발표했다. 후지타교수의 발표는 작년 9월 그가 日本証券経済研究所의 金融商品取引法研究会에서 행한 발표를 보완한 것이다. 후지타 교수는 작년의 발표에서 일본판례의 도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다: ①적대적인수의 관한 첫 번째 원칙은 기업가치 내지 주주공동이익의 확보와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②두 번째 원칙으로 기업가치 내지 주주공동이익에 관한 판단은 원칙적으로 법원이 아니라 주주가 행한다. ③구체적인 원칙으로 이사회의 판단으로 지배권의 유지나 확보를 위하여 주식이나 신주예약권을 발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요목적원칙이 적용된다. ④불독소스판결이 밝힌 바와 같이 주주총회가 방어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차별적행사조건을 붙인 신주예약권의 발행도 허용된다. 다만 방어조치에 대한 주주의 판단은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행하여야 하는가는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후지타 교수는 지난 주의 발표에서 바로 이 문제를 언급하며 작년의 발표 후에 선고된 東京機械製作所사건결정을 소개했다. 이 최신 판례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상사법무 2282호와 2284호에 실려 있고 본격적인 검토로는 동경대 타나카(田中亘)교수의 글(상사법무 2286호(2022.2.15) 4면, 2287호(2022.2.25) 32면)이 있다. 이곳에서는 타나카교수의 글을 토대로 이 판례의 요지만을 간추려 소개한다.

먼저 타나카 교수의 글에 소개된 사실관계도 이미 단순화한 것이지만 그것을 더욱 단순화하자면 다음과 같다. 2021년7월14일 X사는 Y사의 주식 15.01%를 시장에서 매집하고 대량보유보고서의 보유목적을 순투자에서 지배권취득으로 변경하였다. X는 그 후에도 시장매집을 계속하여 7월21일 보유비율을 32.72%까지 증대했다. 8월6일 Y는 이사회 결의로 대규모주식취득자로 하여금 정보를 제공하고 검토기간을 확보해주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대응방침을 도입하기로 결정하였음을 공표했다. X는 대응방침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시장매집을 계속하여 8월16일 보유비율을 38.64%까지 끌어올렸다. 8월30일 Y이사회는 독립위원회의 권고를 얻어 위 대응방침에 정한 대항조치로 주주에게 신주예약권의 무상배정을 행하기로 결의하였다. 무상배정된 신주예약권은 X와 다른 주주를 차별하는 내용으로 행사 시에는 결국 X의 보유비율이 대폭 저하하게 되어있었다. 다만 X가 대응방침 채택 전에 공표한 대규모매입을 실시하지 않고 보유비율을 6개월 내에 과거 수준인 32.72%까지 감소시킬 것을 서약하고 서약을 준수한 경우에는 무상배정을 유보하기로 정했다. 요컨대 그 대항조치는 X의 보유비율을 대응방침 채택 전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X가 경제적손실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또한 그 대항조치가 10월개최예정인 Y의 임시주총에서 가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무상배정을 중지하기로 되어있었다. 주주의사확인을 위한 주총에서 결의요건은 X의 관계자는 물론이고 Y의 이사 및 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이해관계 없는 주주)들의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른바 MOM)으로 정했다. X는 Y의 신주예약권 무상배정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불공정발행에 해당할 뿐 아니라 주주평등원칙에도 반한다는 이유로 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Y의 임시주총에서는 이해관계 없는 출석주주의 약 79%가 대항조치에 찬성하였다.

X의 가처분신청은 1심에서 각하되고 2심인 동경고등재판소는 그에 대한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다. 최고재판소는 2심 결정에 대한 특별항고와 허가항고를 기각하면서 구체적인 설시 없이 2심의 판단을 지지하였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2심의 판단이다. 2심은 ①X가 경영권 획득 후의 경영방침이나 사업계획을 밝힘이 없이 2단계매수를 통한 Y의 비공개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표명한 점; ②단기간의 시장매집으로 1/3을 넘는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투자자들은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와 시간이 충분히 제공되지 상태에서 강압성을 느낀다는 점에 비추어 Y의 이사회의 결정은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2심은 임시주총에서 대항조치가 이해관계 없는 출석주주의 79%찬성을 얻어 가결되었고 주주의 판단에 정당성을 상실시킬만한 중대한 하자가 없음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공정발행이나 주주평등원칙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배척하였다. “본건 신주예약권무상배정은 X에 대해서 그 지주비율을 상당정도 저하시키는 불이익을 주는 것이지만 X의 Y에 대한 경영지배권취득의 현실적 가능성이 생기고 Y에는 회사의 기업가치의 훼손, 나아가서는 주주의 공동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고 이익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주주가 본건 주주의사확인총회에서 충분한 정보와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이 회사의 기업가치의 훼손, 나아가서는 주주의 공동이익이 침해되는 것이 되어 그것을 막기 위하여 본건 대항조치를 발동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또 신주예약권 무상배정 등의 조치의 내용도 상당성을 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 . . 본건 신주예약권의 무상배정은 회사의 기업가치의 훼손, 나아가서는 주주의 공동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인정된다(오로지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이사 등의 경영지배권의 유지등을 목적으로 (또는 그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행한 것은 아니다.”

후지타 교수나 타나카 교수는 모두 일본 상법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로 이들의 글은 경영권방어에 관한 일본법의 현재상황의 서술을 넘어서 경영권방어의 논점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을 담고 있다. 워런트의 발행이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적실성이 그리 높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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