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배구조담론을 강타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중심주의의 물결에 대해서는 가급적 소개를 자제하고 있지만 그래도 몇 차례는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금년에도 이미 Aneil Kovvali란 젊은 학자의 논문을 두 차례나 소개한 바 있다(2022.1.15.자; 2022.3.22.자). 오늘은 그가 발표한 또 한편의 논문을 소개한다. Stark Choices for Corporate Reform, Columbia Law Review (forthcoming)
앞선 두 논문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는 이해관계자중심주의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학자인데 이번 논문도 그런 흐름을 따르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인 견해인 주주이익중심주의(shareholder primacy)를 지지하는 논자들이 이해관계자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근거에 관한 논의로부터 논문을 시작한다. 그는 과거에는 이해관계자중심주의는 고비용이 수반되거나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그것이 오히려 이해관계자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비판으로 발전하였다고 주장한다. 이해관계자이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이해관계자이익을 증진하는 정부의 입법이나 규제를 저해함으로써 이해관계자에게 오히려 더 불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논리는 이해관계자이익을 위한 내부지배구조의 개혁과 외부규제가 서로 대립되는 양자택일적 관계가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논문은 그간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던 내부지배구조개혁과 외부규제사이의 이런 양자택일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먼저 양자택일적 관계의 가설에 대해서 설명하며 그 가설에 입각한 것으로 판단되는 최근 논문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①이들은 개혁주체들과 정치적 프로세스가 산출할 수 있는 개혁조치의 규모가 제한된다고 전제한다. ②이들은 주요 개혁주체들이 개혁조치를 적절히 평가하지 못한다고 전제한다. ③내부지배구조의 개혁이 동태적으로 외부규제개혁의 성패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 이어서 저자는 양자택일적 가설을 30년 전 Shavell과 Kaplow가 제기한 법경제학적 주장과 대비한다. 법에서 재분배는 세법에서만 고려하고 일반법원칙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들 저명한 두 하바드교수의 주장은 회사는 주주이익극대화를 추구하고 사회적목적은 정부가 규제에 의해서 달성한다는 주주이익중심주의와 유사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II장에서는 그 가설의 타당성에 대해서 평가한다. 저자는 그 가설이 다음 세 가지 면에서 현실과 괴리된 것으로 평가한다. ①내부지배구조의 개혁과 외부규제가 반드시 상호배타적이지 않고 개혁주체들은 이들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②개혁주체들은 내부지배구조의 가치를 과대평가하여 보다 효과적인 외부규제개혁을 포기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③내부지배구조가 개혁되면 외부규제를 저지하는 회사의 활동이 감소함으로써 외부규제의 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끝으로 III장은 인종문제와 사회적정의,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각각 그 가설의 타당성을 위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를 효과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면 내부지배구조에 이해관계자이익을 반영해야할 필요는 줄어들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프로세스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 이 논문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다양한 논의와 사례를 담고 있어 큰 그림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추기(2023.9.22): 이 논문에 대한 최근의 반론으로는 다음 논문 참조. Matteo Gatti & Chrystin D. Ondersma, The Perils of a Stakeholderist Corporate Law Reform: A Reply to Professor Kovvali, forthcoming Col. L. Rev. Forum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