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

법경제학적 접근방법의 영향력은 특히 회사법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주류적 지위를 확고히 한지 오래지만 다른 선진국에서도 그 영향력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회사법의 법경제학적 분석에 대한 비판을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Mariana Pargendler, “Deprogramming Corporations”, ECGI Law Working Paper No. 954/2026, (August 2026). 저자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브라질 출신의 회사법학자로 얼마 전 Harvard 로스쿨로 자리를 옮겨 거시적 관점의 논문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인 법경제학적 분석틀이 회사법의 관심대상을 과도하게 축소해왔다고 지적하고 그간 소홀히 해온 회사법의 외부효과, 불평등, 회사의 경제력과 정치적 권력의 집중, 지정학과 같은 문제까지 회사법의 분석대상으로 포함시킬 것을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현재 법경제학적 접근방법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치경제학적 접근(Law and Political Economy)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 논문은 그 움직임과 관련하여 작성된 것으로 저자는 그러한 접근방식의 전환을 회사법의 “deprogramming”이라고 부른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장은 미국 회사법의 기존 과제설정(“programming”)을 다음 다섯 가지 요소로 정리한다. ①법경제학의 모듈적 접근(modularity), ②계약설적 회사관(corporation as contract), ③대리비용 중심주의, ④각주가 판매하는 상품으로서의 회사법(corporate law as product), ⑤법경제학적 접근의 정치적 영향. ①과 관련하여 법경제학에서는 법제도를 기능별 모듈로 구분하여 불법행위법은 사고비용, 독점규제법은 경쟁, 회사법은 대리비용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회사법의 수비범위가 좁아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②의 계약설과 관련해서는 국가나 환경피해자 같은 계약요소가 결여된 이해관계자들을 회사법의 고려대상에서 제외하는 효과가 있으며 재산분리나 법인격 같은 회사의 조직원리는 계약만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비판을 가한다. ③의 대리비용은 회사법의 중요 문제이긴 하지만 기업활동이 노동, 환경, 사회,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포섭할 수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④와 관련하여 저자는 델라웨어주 같이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주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법은 주주이익에 비하여 非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경시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끝으로 ⑤와 관련하여 저자는 계약설이나 대리비용과 같은 법경제학적 이론 자체가 순수하게 학술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당시 득세하던 기업의 사회적책임론에 대처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II장에서는 유한책임과 법인격과 같은 회사법법리가 절대화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유한책임과 관련해서는 불법행위채권자나 근로자와 같은 비자발적 또는 non-adjusting 채권자의 경우에는 그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법인격도 이미 연결회계, 다중대표소송 등 여러 측면에서 유연하게 해석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III장은 I장에서 설명한 회사법의 기존 과제설정이 회사법의 보다 폭넓은 과제들을 어떻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논한다. 그 예로 이해관계자 이익의 고려, 대기업 권력에 대한 통제, 기업활동의 지정학적 영향을 든다.

IV장은 기존의 과제설정이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한 위기의 계기로는 2008년 금융위기를 든다. 그 이후 금융기관에서는 외부효과를 회사의 내부의사결정구조에 반영시킬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ESG, 기후변화, 성평등, 지속가능성, 인권 등의 이슈가 힘을 얻게 됨에 따라 일반 기업에도 확대되었다.

V장에서는 FAQ를 비튼 “Frequently Unasked Questions”란 제목으로 과거 기존 연구에서는 별로 묻지 않았지만 새로운 과제설정 후에는 물어볼 질문들을 제시한다. 그 예로 회사법에 의하여 이익을 얻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는 누구인가, 회사법이 기업규모의 집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정치적 지형에 대한 가버넌스규정의 영향 등을 언급한다.

VI장에서는 법경제학적 접근의 대안으로 등장한 정치경제학적 접근도 부정적 측면이 있으므로 그것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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