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하여 일본에 대한 우리 법학계의 관심은 크게 줄어든 것 같다. 그 원인과 영향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길게 논할 수는 없지만 아직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어쨌든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 블로그에서라도 일본의 동향을 많이 소개하고 싶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고 SSRN과 같이 저작권 걱정 없이 본문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길도 제한되다보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오늘은 모처럼 주주행동주의에 관한 최신 일본자료 한편을 소개하기로 한다. 今井英次郎, 建設的アクティビストの活動の活発化と日本の実務への示唆(上), 商事法務(2248号 2020.12.5.) 33면; 仁瓶善太郎/生方紀裕, 建設的アクティビストの活動の活発化と日本の実務への示唆(下), 商事法務(2249号 2020.12.15.) 40면.
이 글은 일본에서 새롭게 등장한 건설적인 주주행동의 사례에 관한 것인데 최근 한진칼에 이어 한진에 대한 사모펀드의 지배구조 개선요구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주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이 글은 상, 하로 이루어져있고 上은 자산운용사 임원이, 그리고 下는 두 변호사가 집필한 것이다. 上에서는 주로 그런 변화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고찰하고 있고 下에서는 건설적인 주주행동이 기업가치향상을 가져온 실제 사례와 함께 그와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글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를 끄는 몇 가지 대목만을 간단히 언급하기로 한다.
이 글은 먼저 2019년1월 카메라, 의료기기 등의 제조업체인 올림퍼스사가 1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펀드로부터 이사를 추천받은 사례로부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올림퍼스는 미국계 펀드의 제안을 수용하여 “Transform Olympus”란 개혁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이 조치는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아 2018년 12월 1.1조엔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2020년 11월에는 약3조엔까지 증가했다.
이 글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가 과거에는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등 단기이익을 겨냥한 변화를 촉구하였음에 반하여 최근에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향상을 노린 제안을 하는 투자자들, 즉 저자들이 건설적인 행동주의자라고 부르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건설적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는 원천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회사의 현재 내재가치(intrinsic value)와 시장주가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➀수익)이고 다른 하나는 내재가치 자체를 증가시키는 것(➁수익)이다. ➀의 예는 과도한 비사업용재산, 부동산을 매각하여 잉여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여 회사의 시장가치를 내재가치에 접근시키는 것이라면 ➁의 예는 사업의 성장성과 이익률을 고려하여 전망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경영전략을 개선함으로써 회사의 내재가치 자체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최근의 주주행동주의 사례를 보면 M&A나 경영전략 개선 등이 제안내용으로 되어있고 주주환원 등 자본정책에 관한 제안의 비율을 낮다고 한다.
저자들은 건설적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고 하는데 사모펀드 수익의 원천을 (1)재무레버리지, (2)사업의 개선, (3)시장평가의 상승의 세 가지로 나눈다. (1)은 위➀과 관련이 있고 (2)는 위➁와 관련이 있는데 (1), (2)가 개선되어 지배구조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3)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일본에서 이런 건설적 행동주의 투자가 증가할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나 soft law의 정비, 사모펀드에 의한 투자 및 적대적매수의 증가, 사업재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제고 등을 들고 있다. 사업재편 필요성은 지난 8.19자 포스트에서 소개한 경제산업성, 事業再編研究会報告書(2020.7.31.)에서도 충분히 드러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력에 의하여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거래가 여러 차례 행해진 바 있다고 한다.
법률가들의 관점에서는 下(五)에서 다루는 법적문제가 관심을 끌 수 있다. 그곳에서는 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합의의 문제점, 의결권구속계약, 이익공여규제,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시, 공정공시 등의 논점을 검토하고 있는데 자세한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모펀드 행동주의를 “먹튀”라는 식의 단기주의 행태로 묘사하는 경향이 폭넓게 퍼져있다. 그러나 지배주주의 경영행태를 무조건 옹호하고 투자자, 특히 외국투자자의 요구를 적대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올림퍼스의 시가총액은 2년 만에 세 배 가량 증가하였는데 건설적 행동주의가 모두 그런 분홍빛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변화의 가능성 자체를 애써 억누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