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과 사적자치는 이 블로그의 단골테마에 속한다(최근의 예로 2025.2.24.자). 회사법에서 사적자치는 주주간계약과 중재에 의한 소송대체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간 주로 다룬 것은 전자였다. 중재에 관해서는 한두 번 다룬 바 있으나(예컨대 2021.2.226.자) 대체로 정관이나 부속정관에 의한 중재합의와 관련된 것이었다. 오늘은 주주간계약과 중재의 양쪽을 포괄적으로 커버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Dorothy S. Lund & Eric L. Talley, Should Corporate Law Go Private?(2025). 저자들은 모두 콜롬비아 로스쿨 교수로 회사법학계의 중진이다.
저자들은 지난 번(2025.10.11.자)에 다룬 바 있는 델라웨어주 회사법 개정과 그에 따른 회사법간의 경쟁에 관한 논의를 논문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과거의 논의는 회사법간 경쟁의 결과 동일한 형태의 회사법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전제했으나 저자들은 오늘날 기업과 정치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작용의 현실을 고려하면 그 형태는 다양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논문의 기여를 ①개념상(conceptual), ②실용적(pragmatic), ③규범적(prescriptive)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①과 관련해서는 각주가 회사유치를 통한 수익실현을 목표로 삼는 경우 회사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한다. 저자들은 각주는 회사법을 형성할 때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가급적 강행규정 대신 임의규정을 채택함으로써 회사관계자들이 자신의 사정에 맞게 규범을 형성하는 비용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②와 관련하여 저자들은 델라웨어법의 최근 개정인 SB21(2025.5.8.자)은 지배주주들의 영향력에 휘둘린 나머지 앞서 언급한 주회사법이 추구할 목표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한다. ③과 관련하여 저자들은 이해집단의 영향력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회사법에서 사적자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바로 ③이다. 이에 관한 저자들의 논의는 SB21보다 조금 앞서 통과된 주회사법 제122(18)조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 조문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지만 이 논문은 특히 2025.6.3.자 포스트에서 소개한 논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사적자치를 주주간계약과 중재의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주주간계약과 관련해서는 그것을 포괄적으로 허용한 위 조문을 토대로 어떻게 회사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수요에 맞는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주주간계약을 작성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중재절차를 주주간계약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하며 법원을 대신해서 주주간계약에 관한 분쟁을 처리해 줄 조직으로 가칭 델라웨어주 중재원(Delaware Arbitration Board)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끝으로 자신들의 제안의 잠재적 효용과 문제점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