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상 회사의 목적에 관한 논의는 학문의 세계에서 마무리되기 어려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은 그 논의의 구조를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Roberto Tallarita, Hohfeld in the Boardroom, 43 Yale Journal on Regulation (forthcoming 2026).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가장 최근에는 2025.8.21.자) 저자는 현재 하바드 로스쿨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은 20세기 초에 활약한 법이론가인 Wesley Hohfeld의 이론을 토대로 회사의 목적에 관한 논의를 재구성한 것이다. Hohfeld는 모든 법개념은 특정 행위에 관한 개별행위주체들 사이의 권리-의무의 관계로 환원할 수 있다고 본다. 행위주체들은 각각 권리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갖게 되는데 저자는 권리와 의무라는 명칭 대신 혜택(entitlements)과 장애(disablements)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채택한다. 그리하여 혜택에 권리(right) 외에 특권(privilege)을 포함시키는 한편으로 장애에는 의무(duty) 외에 무권리(no-right)를 포함시킨다. 저자는 회사의 목적에 관한 이제까지의 논의가 아직 혼란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회사의 목적이란 개념 자체가 여러 요소가 뒤섞인 “덩어리 개념”(lump concept)이란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회사의 목적을 Hohfeld이론에 따라 개별구성요소들로 해체하여 분석한다. 저자는 행위주체를 CEO, 주주, 정부, 이해관계자의 4가지로 나눈다. 회사의 의사결정주체는 CEO라고 전제하고 주주, 정부, 이해관계자는 CEO의 상대방에 서는 행위주체이다. 문제된 행위는 친환경공장의 건설이라고 가정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다섯 가지의 모델이 도출된다. ①모델I은 CEO가 친환경공장 건설을 하지 않는 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대해서 주주가 권리를 갖는 경우이다. ②모델II는 CEO가 건설을 하는 특권(privilege)을 행사하고 주주는 그에 대해 무권리인 경우이다. ③모델III은 CEO가 건설을 할 의무를 부담하고 주주는 그것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 경우이다. ④모델IV는 CEO가 건설을 할 의무를 부담하고 정부가 그것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 경우이다. ⑤모델V는 CEO가 건설을 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해관계자가 그것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 경우이다. 이 다섯 가지 모델들은 모두 회사의 목적에 관한 각 견해에 상응한다. 모델I은 주주이익지상주의, 모델II는 경영자중심주의, 모델III의 예로는 주주가 ESG를 추구하는 경우, 모델IV는 친환경공장건설이 법으로 강제되는 경우, 모델V는 이해관계자에 법이나 계약상 의무가 있는 경우에 상응한다. 저자는 주주이익중심주의나 이해관계자중심주의 사이의 선택을 일반적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 보다는 개별적인 행위별로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와 관련한 논의에서 보다 근본적인 것은 주주이익중심주의와 이해관계자중심주의의 대립보다는 경영자의 특권(privilege)을 제한하자는 견해와 그것을 확대하자는 견해사이의 대립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해관계자중심주의는 회사행위주체의 박애정신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권한이 사회의 이익에 기여할 것인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회사의 목적을 보다 이해관계자이익쪽으로 이끌기 위해서 경영자의 특권을 확대하는 것은 경영자의 박애정신이 검증된 경우에만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행위주체에 특권을 견제할 수 있는 의무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