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업의 가버넌스에 관한 회사법을 선도하는 나라는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회사법의 가버넌스구조는 미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서 미국 회사법의 대척점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독일의 주식법이다. 그러나 21세기를 전후하여 주식법도 여러 면에서 미국법의 영향을 받아 변화되었다. 오늘은 그간의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에 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Marc Löbbe, Entwicklungen, Stand und Perspektiven aktienrechtlicher Corporate Governance, ZGR 2026, 545–575. 저자는 저명한 로펌의 파트너로 논문은 그가 자신이 근무하는 로펌의 기념행사에서 행한 연설을 토대로 한 것이다.
저자는 주식법이 출범할 당시 주식회사의 업무집행과 감독을 각각 이사회(Vorstand)와 감사회(Aufsichtsrat)에 맡기고 이들 기관에 광범한 재량을 부여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주식법상의 가버넌스는 매우 법중심적이고, 규제과잉일 뿐 아니라 경직적으로 변화하였다고 비판한다. 논문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주식법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논문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다음 다섯 가지를 들고 개별 장에서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①감시강화를 통한 과잉규제, ②정관엄격원칙(Satzungsstrenge), ③2원적 기관구조, ④공동결정제도, ⑤감사회의 자율성. 이들 다섯 분야는 모두 일반적으로 독일 주식법의 특징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그 개선방안이 실현되는 경우에는 독일법은 다른 나라의 법률에 한층 접근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II장은 과도한 감시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주식법은 감시의무에 대해서 거의 규제하고 있지 않지만 금융규제와 같은 다른 규제법에 포함된 상세한 규정들이 일반 회사에서의 감시의무를 해석할 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감시체제의 구체적 설계는 이사회에 맡기고 법에서 규제할 때에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규정함으로써 가급적 이사회에 재량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II장은 사적조정의 여지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정관엄격원칙을 완화할 것을 주장한다. 이는 정관은 법률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만 주식법의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도입한 이유는 정관의 표준화를 통해서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원칙은 사적조정의 여지를 좁힘으로써 기업들이 독일법에 의한 설립을 회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자는 정관엄격원칙의 완화를 어느 범위에서 추진할 것인가에 관한 여러 논의를 소개한 후 비상장회사의 경우 뿐 아니라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이 원칙을 완화하여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IV장에서는 이사회와 감사회를 분리하는 2원적 기관구조를 국제경쟁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저자는 1원적 이사회구조와 2원적 기관구조는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므로 어느 한쪽이 반드시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양자의 선택을 허용하자는 학계의 여론에 동감을 표시한다.
V장에서 저자는 공동결정을 독일 주식회사의 국제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그에 대한 개선안을 검토한다.
끝으로 VI장에서는 수차례의 법개정을 통하여 감사회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그 조직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가 축소된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감사회 역할이 확대된 계기로 ARAG/Garmenbeck판결을 살펴본다. 그 판결은 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때 감사회에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했다. 저자는 이 판결을 계기로 감사회의 역할이 단순한 감독에서 책임의 추궁을 통한 가버넌스의 실행으로 확대되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입법자가 감사회의 의무를 확대하기보다 절제를 통해서 감사회가 자발적으로 움직일 여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