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모펀드시장에서 평판이 수행하는 기능을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William W. Clayton & Jonathon Zytnick, The Reputation Paradox: Private Funds, New Managers, and the Allocation of Investment Capital, 52 Journal of Corporation Law (forthcoming 2027). Clayton은 사모펀드에 관한 논문(예컨대 2026.4.3.자)을 많이 발표하고 있는 브리검영 대학교수이고 Zytnick도 이미 수차 소개한 바 있는(가장 최근의 예로 2026.7.25.자) 조지타운대 교수이다.
사모펀드는 운용사가 폭넓은 재량을 행사하지만 그에 대한 규제가 약한 편이어서 투자자는 운용사의 과거 실적과 평판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들은 비로 이러한 평판에 대한 의존이 새로운 운용사의 시장진입에 장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평판의 역설(reputation paradox)이라고 부른다. 즉 사모펀드시장에서 평판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신규 운용사가 평판을 쌓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파악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다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①사모펀드에서 평판이 수행하는 역할에 관한 I장, ②사모펀드에서의 평판의 역설에 관한 II장, ③평판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한 시장주체들의 대처방안에 관한 III장, ④이론적, 정책적 분석을 담은 IV장.
I장에서는 사모펀드의 주된 유형으로 헤지펀드, 사모투자펀드(PEF), 벤처캐피탈(VC)펀드를 든다. 평판의 장벽은 헤지펀드의 경우에 가장 낮고 VC펀드의 경우에 가장 높다.
II장에서는 평판의 역설을 초래하는 세 가지 요인으로 ①신규 운용사가 실적을 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②자금을 모았다고 해서 바로 우량한 투자대상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 ③유한책임투자자(LP)가 유명 운용사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위험회피성향을 든다. 나아가 저자들은 최상위 VC들이 지속적으로 우량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실도 평판의 역설이 작용하는 결과로 설명한다. VC펀드의 경우 유망한 창업자들은 평판이 좋은 VC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운용사의 성과 지속성이 VC투자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III장에서는 평판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한 시장주체들의 대책을 검토한다. 저자들은 신규 운용사의 약점은 자금부족이 아니라, 평판의 부족이기 때문에 정부대출이나 규제완화 같은 통상의 지원정책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리하여 신규 운용사는 주로 기존 유명 운용사에서 경력을 쌓고 독립함으로써 기존 운용사의 평판을 디딤돌로 이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저자들은 기관투자자의 “Emerging Manager” 프로그램 등 평판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몇 가지 사적 노력을 소개한다.
IV장에서는 평판에 의존하다 보면 자금이 능력보다는 인맥이 뛰어난 기존의 명문 운용사에 몰리게 됨으로써 경쟁과 혁신이 저해된다고 비판한다. 또한 최근에는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문호를 일반 개인투자자에게도 열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평판에 의한 규율만으로는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끝으로 평판의 역설을 완화하기 위한 몇 가지 정책수단을 소개하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