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덮치기 전인 지난 1월 두 주를 호주 멜버른에 있는 Monash대학에서 지냈다. 마침 같은 시기에 그곳을 방문한 Georgetown Law School의 Robert Thompson교수와 연일 점심을 같이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글을 통해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접촉하기는 처음이었는데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듣던 대로 인품도 훌륭한 분이었다. 만남을 계기로 그분이 쓴 논문을 몇 편 읽었는데 그 중 한편을 소개한다. 제목은 “Why New Corporate Law Arises: Implications for the 21st Century, in The Corporate Contract in Changing Times: Is the Law Keeping Up? (William Savitt, Steven Davidoff Solomon & Randall Thomas ed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9).
이 글의 장점은 21페이지라는 짧은 지면에 미국회사법의 역사적 변천을 간결하게 정리하였다는 점이다. 연방제를 취하고 있는 미국에서 회사법은 주 회사법과 연방 증권법이 서로 얽혀 복잡하고 혼란스런 양상을 빚어내고 있다. 이 글은 델라웨어주 회사법에서 두드러진 경영자중심주의의 정착, 기관투자자의 대두, 연방증권법에 의한 주주권한 강화 등 미국 회사법의 특징적인 현상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평이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워낙 많은 논점을 압축적으로 언급하다보니 미국 회사법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독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들이 없지 않다(예컨대 Blasius판결에 대한 짤막한 언급). 어차피 짧은 글 하나로 미국회사법 전부를 파악하려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 터이니 그것을 흠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Thompson교수는 결론에서 주회사법의 이사회중심주의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는데 젊은 독자들은 과연 그의 예측이 들어맞을지 여부를 후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