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회사로 이루어진 기업집단이 도산하는 경우의 법적 처리는 복잡하다. 그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회사들의 국적이 다양한 경우에는 문제가 훨씬 더 복잡하다. Nortel Network이란 통신회사의 도산은 문제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사례에서 전체 기업집단의 가치는 개별 기업가치의 합을 훨씬 초과하는 70억달러에 달했으나 그 분배에 관한 다툼이 8년을 끄는 바람에 무려 26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분배비용의 최소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한다. Edward J. Janger & Stephan Madaus, Value Tracing and Priority in Cross-Border Group Bankruptcies: Solving the Nortel Problem from the Bottom Up, 27 University of Miami International & Comparative Law Review 331(2020). 저자들은 모두 저명한 도산법학자들로 Janger교수는 Brooklyn Law School, Madaus교수는 독일 Halle-Wittenberg대학의 교수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서론에 이은 II장에서는 UNCITRAL이 제정한 국제도산에 관한 모델법(Model Law on Cross-Border Insolvency)의 한계를 설명한다. III장에서는 국제적도산에서의 분배와 지배의 문제를 이론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IV장에서는 이상의 고찰을 토대로 분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배와 지배에 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모델법은 이른바 수정된 보편주의(modified universalism)을 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국제적 도산은 채무자의 주된 영업소(debtor’s center of main interest: COMI) 소재지 법원에서 전체 기업집단에 대해서 하나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절차의 목표는 기업집단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그 전제조건으로 우선적 권리자들이 적어도 회사별로 독립적인 도산절차를 통해서 얻을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얻을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수정된 보편주의는 권리자들 사이의 분배에 관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Nortel사건에서 분배에 관한 다툼의 해결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도 분배의 원칙이 부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저자들은 그것이 수정된 보편주의의 한계라고 지적하고 수정된 보편주의의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을 하고 있다.
그들은 권리자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구분하는데 우선순위는 크게 네 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➀특정 자산에 대한 담보권 유무에 따른 구분; ➁자회사이용에 의한 구조적 순위구분; ➂현지 권리자를 우선하는데 따른 국가적 구분; ➃채권과 주식의 구분과 같은 현금흐름의 기본적 배분에 따른 구분. 저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분배의 기본원칙은 평등분배이다. 저자들은 권리자가 분배에서 우선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 통합적 도산절차 외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었던 금액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적 권리자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하고 남은 금액(이른바 rump estate)은 분배받지 못한 나머지 권리자들에게 평등하게 배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기업가치극대화를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지배권은 선순위권리자가 자신의 몫을 완전히 지급받기 전에는 후순위권리자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기업집단의 가치는 집단을 구성하는 개별 기업의 가치를 합한 것보다 훨씬 큰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기업집단 전체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하나의 도산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런 접근방식을 실체적 통합(substantive consolidation)이라고 한다. 저자들의 견해는 기본적으로 실체적 통합방식을 취하면서도 권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우선순위의 차이(특히 국가적 구분)를 존중하고 우선적 지위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자 하였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