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정증자와 주주보호

주주의 신주인수권과 그에 근거한 주주배정증자는 우리 회사실무에서는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주주배정증자의 경우에는 기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위험은 없다고 보는 것이 우리 학설이나 판례의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주주배정증자도 불공정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어 왔다. (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5판 2021) 666-667면) 이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외국문헌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미국과 일본에서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인지 주주의 신주인수권이나 주주배정증자에 관한 문헌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몇 년 전 학회에서 만난 Harvard로스쿨의 Fried교수가 주주배정증자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귀가 솔깃했다. 그런데 듣고 보니 그는 특히 내부주주와 외부주주간의 정보비대칭, 특히 내부주주의 신주인수권 행사여부에 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주주의 투자판단이 어렵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후 그는 그 문제와 관한 논문을 몇 편 발표했는데 오늘은 그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Jesse M. Fried, Rights Offers and Delaware Law (2021)

저자는 델라웨어주법상의 주주배정증자를 대상으로 삼는다. 저자는 먼저 증자에 참여하는 것에 장애가 있는 경우(즉 impeded outsiders)에는 주주배정증자의 경우에도 일반주주이익이 침해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일반주주가 증자에 참여할 자력이 부족하거나 달리 장애가 있는 경우를 든다. 그러나 일반주주에 그런 장애가 없는 경우(즉 unimpeded outsiders)에는 주주배정증자는 공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런 경우에도 내부자가 주주배정증자를 일반주주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주주가 증자의 조건이 공정한지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갖지 못한 경우, 즉 일반주주와 내부주주 사이에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일반주주는 자신에게 배정된 주식의 인수를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정보비대칭의 위험은 비공개회사일수록 크고 또 회사의 자본구조가 복잡할수록 클 것이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벤처캐피탈들에 수차에 걸쳐 다양한 우선주를 발행한 스타트업기업을 든다. 저자는 그런 회사의 경우에는 주주배정증자인 경우에도 그것이 일반주주에게 실질적으로 공정한 것인지 여부를 보다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델라웨어주법상 주주배정증자인 경우 내부주주의 증자결정에 대한 통제가 어떻게 완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III장에서는 정보비대칭이 어떻게 내부주주에 의한 일반주주 착취를 초래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조망한다. 이어서 IV장에서는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는 경우에 저가발행에 의한 착취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논한다. 일반주주의 처지가 가장 곤란한 것은 내부주주가 자신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경우이다. 일반주주는 내부주주가 비싸다고 인수하지 않았는데 자신만 인수하거나 반대로 내부주주는 싸다고 인수하였는데 자신은 비싼 줄 알고 인수하지 않는 경우를 우려하게 된다. 어느 경우든 일반주주의 부를 내부주주가 착취하는 효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설사 내부주주가 자신의 인수여부에 대해서 미리 밝히는 경우에도 일반주주가 내부주주로부터 착취를 당할 위험이 여전히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제시한다. 한편 V장에서는 저가발행을 통한 일반주주의 착취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인 비용을 사전적 비용과 사후적 비용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VI장은 이상의 고찰을 토대로 법원이 주주배정증자에 대한 심사를 어떻게 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침을 제시한다. 저자는 주주배정증자가 내부주주에 의한 착취위험을 경감하기 때문에 법원이 어느 정도 그 결정을 법적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그 법적 존중의 정도는 주주배정증자의 구조, 일반주주의 특성, 발행회사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내부주주와 일반주주의 참여정도 등의 요소를 참작하여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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