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조금 열기가 식은 감이 있지만 한때는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논의가 국제적으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성행했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해서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적절치않다는 지적은 전부터 존재했지만 오늘은 그에 대해서 제대로 찬물을 끼얹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Dan W. Puchniak, The False Hope of Stewardship in the Context of Controlling Shareholders: Making Sense Out of the Global Transplant of a Legal Misfit, American Journal of Comparative Law (Forthcoming).
저자는 최근 국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캐나다출신 회사법학자로 싱가폴국립대학(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수이다. 그와는 10여 년 전 그가 큐슈대학 대학원생일 때 처음 알게 된 후 서로 싱가폴과 서울을 오가며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함께 논문을 공저하기도 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이다. 그는 원래 일본법 전문가로 출발했지만 요즘은 국제학계를 지배하는 미국과 영국 위주의 시각이 다른 나라들에서는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연구를 발표하여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이번에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영국의 스튜어드십코드(이하 코드)이다. 코드는 2008년 금융위기 후 영국이 상장회사주식의 대부분을 보유하는 기관투자자가 상장회사 지배구조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2010년 채택한 것이다. 코드가 기대와 같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저자는 영국식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지분비율이 낮고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다른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더욱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하고 있다. 그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국가에서 영국식 코드는 “legal misfit”이라고 부른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장에서는 영국의 코드가 왜 다른 나라에서는 부적합한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영국의 코드가 다음 세 가지 전제에 입각하고 있는데 그 전제가 다른 나라에서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➀대부분 상장회사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전체적으로 지배주식을 보유한다; ➁대부분 상장회사에서 소수의 대주주가 지배주식을 보유하지 않는다; ➂코드는 영국의 지배구조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행동을 변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II장에서는 22개 국가의 샘플을 기초로 각국이 채택한 코드가 그 국가의 기업소유구조에 비추어 어떻게 조화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이어서 IV장에서는 이 국가들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식 코드를 채택한 이유를 살펴보고 이 국가들에서 코드가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에 대해서 조망한다. 결론인 V장에서 저자는 코드가 ESG에 관한 내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최근의 현상을 지적하며 정부나 기관투자자들이 그것을 통해서 자신들이 ESG를 중시한다는 시그널을 보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이서 그는 이런 식의 개혁은 자칫 지배주주의 권한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진정한 개혁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