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지난 2010년 회사법연구자로서 30년간 발표했던 글을 모아 3권의 책으로 펴낸 바 있다. 평생의 연구주제였던 기업지배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된 글은 “기업지배구조와 법”이란 단행본으로, 그리고 나머지 회사법논문은 “회사법연구 I”과 “회사법연구 II”라는 논문집으로 발간했다. 당시 이들 책은 모두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이 있는 출판사 “도서출판 소화”의 도움으로 펴낼 수 있었는데 다행히 논문집이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덕분에 출판사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이 책은 2010년 이후에 국문으로 발표한 회사법관련논문을 모은 논문집이다. 후속의 논문집을 내는데 10년을 훌쩍 넘겨버린 것은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나태함과 능력부족의 탓이 크다.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지난 10년간은 국내에서의 논문발표보다 교과서 집필과 국제적인 학술교류에 시간을 더 많이 소모했다. 2015년 뒤늦게나마 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회사법 교과서를 출판하였고 노혁준 교수와 천경훈 교수를 공저자로 맞아들여 현재 5판에까지 이르렀다. 한편 국제교류의 부산물로 축적된 영문논문들은 2020년 서울대 법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Corporate Law and Governance”(박영사)란 아담한 논문집으로 출간하였다.
기력이 쇠하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논문집 한권 채우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현실적으로 이 책은 내 생애의 마지막 논문집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대목에서 아무런 소회가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구구한 사설을 늘어놓는 대신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로 도와주신 국내외의 스승, 선배, 동학 분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아무 연고도 없는 다른 출판사가 시작한 논문집을 이어받는, 생색나지 않는 프로젝트를 기꺼이 떠맡아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조성호 이사님의 후의와 편집을 맡아준 한두희 과장님의 노고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는 바이다.
2021년 11월 9일
김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