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법은 우리 회사법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재 두 나라의 회사법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현행 독일 회사법에는 골격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 적지 않다. 독일 주식법에 규정된 출자환급금지조항(57조)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주주에게 출자를 환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출자의 환급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주주에게 재산적 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뿐 아니라 주주에게 부당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포함할 정도로 매우 폭넓게 해석되고 있다. 이 조항의 문언은 매우 추상적이고 그 잠재적 적용범위가 넓어서 오래 전부터 많은 판례를 낳았을 뿐 아니라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은 이 조항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을 시도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ens Koch, § 57 AktG – Versuch einer Entdifferenzierung, ZGR 2022, 337–375. 저자는 지난 해(2021.3.24.)에 한번 소개한 일이 있는 Bonn대학의 회사법학자이다.
저자는 이 조항에 관한 논의가 복잡하고도 혼란스럽다고 지적하고 그것을 이론적으로 분석하여 단순화할 것을 시도한다. 먼저 II장에서 저자는 논의의 혼란이 출자환급이 주주지위를 고려하여 행해진 것이라는 요건(causa societas)이 필요한가를 둘러싼 혼선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출자환급금지가 비록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효과를 초래하기는 하지만 본래의 보호목적은 채권자보호라는 견해를 지지한다. 채권자보호의 관점에서 보면 주주에게 출자가 환급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이지 회사 경영진이 상대방이 주주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해 조치를 취한 경우에만 문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와 달리 만약 주주지위요건도 중족해야 한다고 본다면 주주에게 환급된 출자의 반환을 구하는 회사는 환급을 한 종전 경영자의 주관적 상태까지 증명할 부담을 지게될 것이다. 저자는 출자환급금지조항을 해석할 때 주주지위요건을 포기해야한다는 점을 판례와 학설을 토대로 역설한다.
III장에서는 주주지위요건과 결별하는 경우 출자환급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에 적용할 객관적인 기준에 대해서 논한다. 저자는 특히 대가의 완전성(Vollwertigkeit)기준과 그것을 판단하는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제3자비교(Drittvergleich)를 적절한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제3자비교는 당해 거래가 주주가 아닌 제3자와의 거래와 동등한 조건으로 행해졌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IV장에서는 제3자비교를 토대로 대가의 완전성을 판단하는 문제를 설명한다. 제3자비교는 객관적인 가치란 것은 결국 산정할 수 없고 수요공급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전제에 입각한 것이다. 저자는 제3자비교를 회사가 다른 제3자와의 거래에서도 동등한 조건을 적용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내부적비교와 다른 회사도 비슷한 거래에서 동등한 조건을 적용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외부적비교로 나눈다. 시장성 있는 목적물을 거래하는 경우에는 외부적비교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거래의 경우에는 내부적비교를 하거나 회사가 제3자와 그런 거래를 하지 않은 경우라면 결국 경영상의 기본원칙에 따라 객관적인 가격을 산정하여 대가의 완전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그 경우 가격산정을 할 때에는 회사에게 어느 정도 재량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V장에서 재량문제를 검토한다. 재량의 폭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대해서 경영판단원칙과 같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