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들이 자본시장의 압력 때문에 단기실적에 구애되어 장기투자를 소홀히 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비판은 미국에서 특히 널리 퍼져있다. 그런 단기주의비판에 대해서 대표적인 회의론자라고 할 수 있는 학자는 Harvard법대의 Roe교수이다. 그의 견해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한 바 있지만(가장 최근의 것으로 2022.2.22.자) 오늘은 그가 최근에 발표된 글을 소개한다. Mark J. Roe, What is Stock Market Short-Termism? (2022). 지난 번 소개한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저자가 금년 발간한 책(Mark J. Roe, Missing the Target: Why Stock Market Short-Termism Is Not the Problem, (Oxford University Press 2022))의 일부(3장)를 토대로 한 것이다.
저자는 단기주의를 일반적으로 단기실적에 구애되어 연구개발과 장기투자를 소홀히 하고 자금을 자사주취득에 투입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단기주의를 이른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훼손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즉 시장의 압력 때문에 기업이 고용의 축소, 환경오염, 정당한 규제의 회피, 이해관계자이익의 무시, 금융위기와 기후변화의 촉발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자를 A형 단기주의, 그리고 후자를 B형 단기주의로 구분하고 후자는 경영자의 시야가 단기적이어서 생겨나는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외부효과에 대해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달리 말하면 이기적(selfish)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즉 “B형 사회문제”라고 본다. 예컨대 회사가 유독물질을 방출하는 결정이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려졌다고 해서 그것을 긍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B형 사회문제까지 단기주의로 보게 되면 잘못된 정책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흔히 경영자의 단기적인 시야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인하나 경영자에 대한 주주권 약화와 같은 정책이 제지되지만 그런 정책이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저자는 시장의 시야를 장기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기후변화에 별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그런 오해는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정책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킴으로써 사태를 더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근로자 등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막는 문제도 자본시장의 단기적 시야보다는 경영자의 이기주의와 더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A, B, C). 저자는 금융위기도 엄밀히 말하면 단기주의보다는 인센티브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즉 단기주의보다는 경영자에게 보다 위험을 선호할 인센티브를 주는 보수체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D). 그밖에도 저자는 외부효과를 다음 세대로 미루는 현상의 문제점(E)이나 인덱스펀드가 지속가능성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지의 문제(G) 등 몇 가지 흥미로운 논점에 대해서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