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외를 막론하고 회사법학계에서 지배주주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세기말을 전후하여 반갑게도 미국에서도 지배주주에 관한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초기의 관심은 주로 지배주주의 대리비용 내지 경영권의 사적이익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는 쪽에 집중되었지만 수년 전부터는 거꾸로 지배주주의 “특별한 비전”(idiosyncratic vision)을 살리는 쪽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목을 끌었다. 그렇지만 양쪽의 논의가 모두 부의 창출이나 배분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오늘은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지배주주의 다른 측면, 즉 (국제)정치적 측면에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Curtis J. Milhaupt, The (Geo)Politics of Controlling Shareholders (2023) 저자는 스탠포드 로스쿨 교수로 나의 오랜 친구이자 저명한 비교회사법학자이다.
논문은 21페이지로 짧은데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론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오늘날 지배주주가 자신이 지배하는 기업을 넘어서 그 기업이 속하는 국가의 정치경제적 영역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지배주주의 예로 한국의 재벌과 같이 개발국가에서 성장하여 정부와 공생관계에 있는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Zuckerberg와 같이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지배하는 테크기업의 지배주주, 중국이나 러시아의 국영기업을 지배하는 공산당이나 푸틴의 측근을 든다.
II장에서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회사자본주의의 유형 중에서 다음 네 가지를 중심으로 지배주주의 역할을 살펴본다. ①개발국가적 자본주의;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을 들고 재벌의 성장사를 간단히 언급한다. ②중국의 당국가 자본주의: 공산당이 주식관리기구인 SASAC과 각 기업에 설치한 당조직을 통하여 국영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③러시아의 과두적-약탈적 국가자본주의: 푸틴의 측근들이 지배하는 국영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국제정치적 영향을 검토한다. ④하이테크 감시적 자본주의: 그 예로는 Facebook이나 Google 같은 미국기업들 뿐 아니라 Alibaba와 같은 중국기업도 포함시킨다.
III장은 이러한 지배주주들이 주체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제)정치적인 분야들을 살펴본다: ①국가안보; ②경제제재; ③거래소간의 경쟁; ④국내정치에서의 영향력; ⑤스튜어드쉽과 ESG.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가 복잡한 이슈도 명쾌한 논리로 분석하여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한 학자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특히 III장의 서술은 왠지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것은 아마도 다뤄진 현상들이 워낙 다양하고 진행중일 뿐 아니라 이 테마에 대한 저자의 학문적 탐구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