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지배주주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서 지배주주에 관한 또 하나의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Kevin E. Davis & Mariana Pargendler, Corruption and Controlling Shareholders (2023, forthcoming in Theoretical Inquiries in Law) 저자 중 Pargendler교수는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와 같이 브라질 대학에서 가르치면서도 국제적으로 활동이 많은 세계적인 학자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다. 미국과 브라질의 사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간간이 삼성그룹의 스캔들을 언급하는 것은 평소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여겨진다. 공저자인 Davis교수(NYU로스쿨)는 국제적 반부패규제에 대한 전문가이다.

이 논문은 부패와 지배구조라는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오래 전부터 나는 부패가 소유구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1990년대말 무렵에는 예컨대 건설업과 같이 부패가 중요한 업종일수록 소유구조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믿게 되었다. 그 가설의 시험을 위해서 업종을 부패의 정도에 따라 나열하고 그 업종에 속하는 기업의 평균적인 소유구조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어떨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도 있다. 데이터를 구하고 다루는 방법을 몰랐던 터라 지인인 경영학교수에게 운을 띄워 보았으나 시큰둥한 반응에 그만 마음을 접고 말았다.

이 논문은 내 기대와는 달리 내 가설을 직접 다룬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러 면에서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뒷받침해줘서 반가웠다. 저자들은 뇌물을 크게 ①경영자주도의 뇌물(agent-led bribery)과 ②지배주주주도의 뇌물(controlling shareholder-led bribery)로 구분하고 反부패를 위한 기존의 규제는 ①에 치중하고 있다보니 ②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은 소유구조의 차이가 회사에서의 부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그에 따르면 지배주주들(특히 가족회사의 지배주주들)은 非지배주주들에 비하여 뇌물죄를 저지를 인센티브가 더 크다. 그 이유를 설명하며 저자들은 지배주주가 뇌물을 주는 거래비용이 더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공무원들로서는 그냥 경영자보다는 지배주주로부터 뇌물을 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여긴다는 지적은 평소에 내 생각과 일치하여 반가왔다.

II장에서는 부패가 만연한 나라의 가족기업에서는 지배주주주도의 뇌물이 많을 것이라는 가설이 타당한지 여부를 실증데이터를 토대로 검토한다. 먼저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에 따른 법무부와 SEC의 집행실적을 살펴본 후 브라질의 최대 스캔들인 Car Wash사건을 소개한다.

III장은 회사의 뇌물에 대한 법적 제재에 대해서 논한다. 먼저 회사의 뇌물에 대해서 각국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제재조치를 서술한다. 이어서 그런 일반적인 제재조치가 경영자주도의 뇌물의 억제에는 효과적이지만 지배주주주도의 뇌물을 억제하는 데는 미흡함을 지적한다. 끝으로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안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시한다. ①지배주주에 대한 기소, ②지배주주에 대한 제재의 개선(벌금이나 징역 외에 주식의 박탈과 같이 경영권을 배제할 수 있는 조치), ③제보의 장려, ④투자자소송의 장려, 저자들은 지배주주주도의 뇌물을 억제하는 작업이 현실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장애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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