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험에 대한 감시의무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선구적 판결인 1996년의 Caremark판결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엄격한 요건 때문에 소송을 통하여 이사의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사정이 최근 일련의 델라웨어주법원 판례를 통해서 변화하고 있음은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예컨대 2021.1.25.자, 2022.4.5.자 등). 오늘은 이러한 변화를 특히 이사회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Robert C. Bird & Julie Manning Magid, Operational Risk and the New Caremark Liability for Boards of Directors (2023 Boston University Law Review, Forthcoming) 저자들은 모두 경영대에서 기업법을 가르치는 교수인데 논문에서 이사회의 실무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미래의 경영자를 양성하는 저자들의 관심이 은연중에 반영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들은 감시의무가 과거에는 주로 재무위험을 중심으로 문제되었으나 이사의 의무위반을 보다 너그럽게 인정하는 최근 판례들은 주로 대형사고와 같은 운영위험(operation risk)에 관한 것임에 주목하고 그 판결들이 시사하는 바를 정리하는 한편으로 앞으로 이사회가 운영위험에 대한 감시의무 이행을 위해서 준수할 지침을 제시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Caremark판결의 법리가 최근 판결들이 나오기 전까지 전개된 과정을 살펴본다. Caremark판결이 선언한 이사의 감시의무는 그후 201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기대에 반해서 실제로는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II장에서는 최근 판례에서 부각된 운영위험의 내용을 설명하고 운영위험에 관한 최근의 대표적인 판례 3건을 소개한다. ①Marchand v. Barnhill(아이스크림회사의 식중독사고가 문제된 사안), ②In re Clovis Oncology, Inc. Derivative Litigation(제약회사의 약품임상실험에 관한 감독상의 과실이 문제된 사안), ③Inter-Marketing Grp. USA, Inc. v. Armstrong(송유관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가 문제된 사안). 이들 사건에서 원고는 모두 소각하신청을 저지하고 본안심리절차로 나아가는데 성공했는데 저자들은 그로부터 다음 네 가지 공통점을 도출하였다. ①세 사건은 모두 운영위험이 문제된 사안이다. ②세 사건에서는 모두 운영상 실패가 회사의 사업성공과 관련하여 지닌 중요한 의미를 강조하였다. ③관련된 세 회사는 모두 강력한 규제의 적용을 받고 있었다. ④세 회사는 모두 재정상 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III장에서는 운영위험이 현실화된 가장 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Boeing결정을 검토한다. 이 판례에 대해서는 이미 상세히 소개한 바 있으므로(2021.9.24.자) 설명을 생략한다. IV장에서는 운영위험에 대한 감시의무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2022년의 Hamrock사건(City of Detroit Police and Fire Retirement System vs. Hamrock)을 검토한다. 저자들은 Hamrock사건의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①신체적 안전에 관한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감시의무위반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②이사회가 불법의 위험신호(red flag)를 무시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런 신호가 바로 법적 책임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③안전에 관한 이사회를 여러 차례 개최한 경우에는 이사회가 감시의무 위반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④업계에서 불법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반드시 당해 회사의 불법을 시사함으로써 이사회의 조치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 ⑤법원은 Caremark법리가 아직 상당부분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음을 지적한다.

V장은 이처럼 운영위험이 부각됨에 따라 이사회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준수해야할 지침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①이사들이 Caremark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 위해서는 법적 컴플라이언스만으로는 부족하다. ②이사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는 현행법만이 아니라 미래의 규범까지 고려해야 한다. ③이사회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미미한 경우라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④이사회는 사회적 규범의 변화에 대해서도 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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