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목적에 대한 동태적 접근

오늘은 회사의 목적과 관련한 주주중심주의와 이해관계자중심주의의 대립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Dorothy S. Lund, Toward a Dynamic View of Corporate Purpose (2023) 저자인 Lund교수는 이미 수차 소개한 바 있고 그중에는 회사목적에 관한 논문(Dorothy Lund & Elizabeth Pollman, Corporate Purpose, in THE OXFORD HANDBOOK OF CORPORATE LAW AND GOVERNANCE)도 들어 있다(2023.6.27.자). 저자는 최근 USC로스쿨에서 콜롬비아 로스쿨로 전직하였다.

저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역사상 회사의 목적에 관한 주류적 견해는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는 외부적 경제여건의 영향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계기로는 두 가지, 즉 ①1929년의 주식시장붕괴와 ②1970년대의 경제적 스태그플래이션을 들 수 있다. ①의 이후에는 불평등과 경제력집중이 심화됨에 따라 이익극대화를 우선하는 주주중심주의가 퇴조하고 경영자에게 모든 회사 이해관계자들의 수탁자 역할을 기대하는 견해(management trustee view)가 득세하였다. 이 견해가 반세기 이상 지속되었으나 ②를 겪으며 회사성장의 둔화, 인플레, 불평등의 완화를 계기로 주주중심주의가 부활하게 되었다. 최근 이해관계자중심주의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불평등 심화, 환경오염과 같은 기업활동으로 인한 외부효과의 확대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적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른 회사목적觀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설명된다. 이해관계자중심주의, 즉 회사목적과 같은 지배구조 메커니즘으로 사회적 문제점을 완화하자는 견해는 외부효과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불충분하고 불평등이 심각하며 회사간의 경쟁이 미약할수록 설득력이 커진다. 이해관계자중심주의는 경영자에 의한 남용과 같은 폐해를 수반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 즉 次善의 세계(second-best world)에서는 그로 인한 비용보다 경영자가 이해관계자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편익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이해관계자중심주의가 주주중심주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우월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나는 1986년 발표한 논문(회사의 정치헌금, 회사법연구II 325면)에서 주주중심주의를 택한 이후 대체로 그것을 고수해왔다. 그 주된 이유는 당시 회사경영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이 경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주주이익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경우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입법이나 행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과연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의 문제는 짐짓 외면하였다. 최근 회사의 목적이나 ESG에 대한 논의가 국경을 넘어 지속되는 것은 기후변화나 불평등 같은 외부환경의 악화가 심각하다는 인식과 아울러 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공화당과 민주당의 팽팽한 대립으로 의회가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 입법적인 대응을 기대할 수 없는 미국의 상황은 이해관계자중심주의의 설득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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