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공정하지만 절차가 불공정한 이익충돌거래와 손해배상

2022년 “이익충돌거래에서의 절차와 내용의 공정성”이란 제목의 포스트를 올린 일이 있다(2022.7.23.자). 그 포스트에서는 Bainbridge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토대로 절차의 불공정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조건이 공정한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뤘다. 며칠 전에 올린 포스트에서 Bainbridge교수는 그 문제에 관한 최근 델라웨어주판례(In re Straight Path Communications Inc. Consolidated Stockholder Litigation, 2023 Del. Ch. LEXIS 387 (Del. Ch. Oct. 3, 2023))를 소개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판례를 소개하기로 한다.

사실관계의 핵심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A회사가 인적분할을 통해서 B회사를 독립시켰다. A회사의 창업자이자 이사회의장인 X는 B회사 의결권의 70% 이상을 보유하였다. B회사는 분할로 취득한 자산과 관련하여 규제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분할계약에 따르면 그 경우 B회사는 A회사에 대해서 구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 B회사는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구상청구권을 행사하였고 A회사로부터 1000만달러를 지급받았다. B회사의 소수주주인 원고는 X가 A와 B사이의 거래에서 소수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델라웨어형평법원에 제소하였다.

법원은 A와 B사이의 거래가 이익충돌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체적 공정성 기준이 적용된다는 판단 하에 가격과 절차의 공정성을 검토하였다. 법원은 구상청구권이 경제적 가치가 없으므로 A가 그 대가로 지급한 1000만달러는 불공정한 가격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여 지배주주인 X가 특별위원회를 윽박지르는 등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신인의무 위반에 따른 청구의 경우에는 원고가 실제 손해를 증명할 책임이 없으므로 지배주주는 “명목적 손해”(nominal damages)를 배상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문제는 명목적 손해를 어떻게 산정하는가인데 판결문에 의하면 법원은 당사자들에게 명목적 손해의 형식과 적절한 주문의 형식(a suitable form of order)을 제출하라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실제로 피고 지배주주가 얼마의 금액을 배상해야 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명목적 손해의 금액은 1달러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100달러로 정해진 사례도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사소한 금액인데 결국 법원이 절차의 불공정에 대한 책망의 뜻을 표시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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