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에서의 계약서 작성

3년 전 상사계약에서의 관용적(boilerplate) 조항의 사용에 대한 논문을 소개한 적이 있다(2020.12.3.자). Stephen J. Choi, Mitu Gulati & Robert E. Scott, Innovation versus Encrustation: Agency Costs in Contract Reproduction (2020). 나랑 친한 Stephen J. Choi교수를 포함한 3명의 저명학자들이 저술한 이 논문은 계약서에서 관용적 조항과 관용문구의 사용빈도와 계약서의 작성을 맡은 변호사의 대리비용 사이의 관계를 다룬 것이다. 이들 저자는 상사계약서의 작성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오늘은 이들이 최근 발표한 논문을 소개한다. Stephen J. Choi, et al., Contract Production in M&A Markets,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Forthcoming (2023)

저자들에 따르면 상사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은 두 가지 상반된 경제적 목표를 추구한다. ①하나는 계약의 효과적 설계이고 ②다른 하나는 계약서의 효과적인 작성이다. ②를 위해서는 관용적 조항을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 경우에는 계약이 당사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즉 ①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반면에 ①을 추구하기 위하여 맞춤형(bespoke) 조항을 많이 채택하다 보면 ②가 저해될 위험이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거래의 유형을 Ⓐ공사채발행처럼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상거래(이른바 thick market에서의 거래)와 Ⓑ두 당사자 사이의 1회성 거래(이른바 thin market에서의 거래)의 두 유형으로 구분한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형 거래에서는 관용적 조항이 많이 활용되고 반면에 Ⓑ형 거래에서는 맞춤형(bespoke) 조항이 많이 사용된다. 나아가 일단 관용적 조항이 형성되면 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그 비효율이 커지는 경우에도 그것의 변용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부분의 거래는 Ⓐ와 Ⓑ사이에 위치하는데 저자들은 그런 거래중에서 M&A거래, 특히 사모펀드가 관여하는 M&A거래에 초점을 맞춘다. M&A거래는 전문가인 두 당사자 사이에 일어나는 대규모거래라는 점에서 Ⓑ형 거래에 속한다. 그러나 사모펀드와 그들을 대리하는 로펌은 모두 이른바 반복적 행위자(repeat player)에 해당하기 때문에 관용적 조항을 채택함으로써 거래비용을 줄일 인센티브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M&A거래에서는 실무상 맞춤형 조항이 개발되어 이용이 확산됨에 따라 관용적 조항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나아가 이들 반복적 행위자들 사이에는 활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때문에 관용적 조항의 변용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가설이다. 이 논문은 바로 이 가설을 거래를 담당한 실무자들과의 인터뷰와 실제 계약서들을 토대로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M&A계약은 새로운 법리가 출현하면 그것에 대처하여 변화하게 되는데 논문에서 주목한 것은 사기를 이유로 한 매수인의 취소청구에 대해서 매도인이 대처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계약상의 조치이다. 저자들은 이와 관련하여 관용적 조항이 형성되고 변용되는 과정은 자신들의 가설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서론을 제외한 본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형 거래와 Ⓑ형 거래에서의 거래서 작성에 대한 일반론을 살펴본다. III장에서는 사기에 관한 계약조항이 새로운 판례에 대응하여 어떻게 관용적 조항으로 형성되는지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미국 계약법상 원래 사기에 대한 계약조항은 효력을 부정하였는데 델라웨어주법원은 지난 20여년에 걸쳐 이를 완화하였다. 그리하여 매도인이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최고한도(damage caps)를 설정하기 시작하자 매수인은 최고한도의 계산에서 제외되는 항목을 명시하는 조항(carve outs)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대처하였다. 이런 식의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줄다리기를 거쳐 델라웨어주법원은 마침내 매도인이 계약으로 배상책임을 고의적인 사기의 경우로 한정하는 것을 허용하였고 이러한 계약조항은 관용적 조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IV장에서는 거래당사자들사이의 소통과 협조를 촉진하는 private equity 네트워크의 구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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