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시장에서의 부실공시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이른바 추적요건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에서 증권신고서의 부실표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주체인 “증권의 취득자”에는 전득자도 포함된다. 그러나 공모대상인 증권이 일단 상장된 후에는 그것을 전득한 자에 대해서 위 조항의 적용을 부정한 하급심판결이 존재한다(서울남부지법 2014.1.17. 2011가합18490 판결). 미국의 1933년 증권법상 위 조항에 상응하는 것이 제11조이다. 미국의 판례는 공모대상증권을 유통시장에서 매입한 투자자에 대해서도 원고적격을 인정하면서 그 증권이 부실표시가 포함된 증권신고서에 의하여 공모된 것임을 추적(trace)할 수 있음을 요구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판결(Slack Techs. v Pirani, 143 S.Ct. 1433(2023))에서 만장일치로 추적요건을 확인한 바 있다. 오늘은 이 판결에 관한 논문을 소개한다. John C. Coffee & Joshua Mitts, Slack v. Pirani and the Future of Section 11 Claims (2023) 저자들은 이미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많이 소개한 증권법 전문가이다.

추적요건을 확인한 Slack판결은 다수의 학자들은 물론이고 피고대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도 널리 환영하였다. 반면에 추적요건은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자칫 사기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추적요건은 부실공시를 저지른 발행회사가 과도한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그에 동의한다. 논문에서 저자들은 추적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 바꾸어 말하면 어느 정도의 추적을 요구할 것인가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크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은 논의의 배경을 설명하고 III장은 추적문제에 대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끝으로 IV장에서는 제11조상의 추적과 관련한 일부 기술적인 소송상의 논점들을 검토한다.

II장에서는 추적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그런 상황은 부실표시가 포함된 신고서에 따라 발행된 증권과 그렇지 않은 증권이 시장에서 공존하는 경우, 즉 거래계의 표현에 따르면 “풀이 오염(contaminate)된 경우”에 발생하는데 논문에서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눈다. ①사모로 증권을 발행된 적이 있는 회사가 기업공개하는 경우; ②이미 기업공개한 회사가 다시 공모하는 경우; ③직상장(direct listing)하는 경우. 위의 Slack판결의 사안은 ③의 경우에 속한다.

III장은 이런 상황에서 추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한다. ①이미 발행된 증권의 거래를 금지하는 록업기간을 강제로 부과하는 방안(mandatory lockup periods); ②혼장임치된 증권의 경우에도 과거와 달리 현재는 모든 거래가 전자적으로 기록되므로 선입선출법과 같은 회계원칙 등을 적용하여 추적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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