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판단원칙과 이해관계자이익

작년 말 동일본대지진 때의 방사능물질유출사고에 대한 동경지방재판소의 판결에 관한 오오스기교수의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2023.11.11.자). 그 판결은 여러 논점을 포함하고 있는데 당시 소개한 오오스기 교수의 논문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이사의 의무와 소프트로의 관계였다. 오늘은 ESG와 경영판단원칙의 관계의 관점에서 그 판결을 분석한 논문을 소개한다. 後藤元, 取締役の義務、経営判断の原則、そしてステークホルダーの利益 – 東京電力株主代表訴訟第1審判決が提起する問題点, 商法学の再構築(2023) 183면이하. 저자인 고토교수는 국제학계에서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동경대학의 중견교수이다. 고교시절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한 일이 있어 영어도 유창하고 실력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위 논문이 수록된 논문집도 역시 작년 말에 소개한 바 있다(2023.12.23.자).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주주이익극대화원칙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도 이사에게는 이해관계자이익을 고려할 수 있는 재량이 폭넓게 인정된다. 거꾸로 이사가 이해관계자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서 회사나 주주에 대해서 법적으로 책임을 질 일은 없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 판결이야말로 이사가 이해관계자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회사가 이해관계자에게 배상책임을 지게 된 경우에는 이사가 회사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나아가 이 판결은 기존 경영판단원칙의 테두리를 다소 벗어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가장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판결문의 다음 판시이다. “원자력사업자인 동경전력의 이사인 피고들이 최신의 과학적, 전문기술적 지견을 토대로 예견대상 츠나미로 인하여 . . . 초대형원전사고(過酷事故)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을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경우, 당해 예견대상 츠나미에 따른 초대형원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지시등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당해 부작위가 회사에 대해서 구체적인 법령의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물을 것도 없이, 동경전력에 대해서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는 임무해태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저자는 특히 기울게 표시된 부분을 주목한다. 저자는 경영판단원칙의 적용을 막는 두 가지 예외로 이익충돌과 함께 법령위반을 들고 있는데 이 판결은 초대형원전사고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법령위반여부에 관계없이 경영판단원칙의 적용을 배제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이사 판단의 과정과 내용에 모두 현저한 불합리가 있음을 근거로 이사의 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경영판단법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문제삼는 것은 기존의 최고재판소판례와는 달리 재판소가 이사 판단의 내용의 합리성을 적극적으로 심사하였다는 점이다. 저자는 재판소가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의 영향의 중대성을 근거로 경영판단원칙의 적용을 배제하고 이사에게 인정되는 재량의 폭을 제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경영판단원칙의 근거와 한계를 논하며 일본과 국제학계에서의 최신 논의를 폭넓게 검토한다(III장). 이런 검토가 과연 이 판결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지만 이 판결과 관련된 다양한 논점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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