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법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법도 내국회사와 외국회사를 구별하여 양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기업활동의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또 외국회사의 활동이 미치는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범위와 규모 면에서 커짐에 따라 그에 대한 규제의 필요도 커졌고 그에 따라 회사의 국적이 지닌 현실적 의미도 커졌다. 종래 내국회사와 외국회사의 구별, 즉 회사의 국적은 설립준거법이나 본거지와 같은 단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였고 일단 회사국적이 정해지면 회사내부관계의 적용법규, 관할권, 적용세법 등이 그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최근 각국은 설사 특정회사가 법적으로는 내국회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기준에 의하면 외국적 요소를 지닌 경우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오늘은 현재 진행 중인 이러한 변화를 다룬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Curtis J. Milhaupt, Mariana Pargendler & Dan W. Puchniak, Corporate National Identity (2026). Milhaupt교수와 Puchniak교수는 모두 나와 각별히 친한 분들이고 블로그에서 이미 수차 다룬 바 있는 Pargendler교수는 얼마 전부터 명문 Harvard Law School에서 가르치고 있는 브라질출신의 비교회사법학자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회사의 국가적 정체성(corporate national identity)의 4가지 측면을 설명한다. 저자들은 회사의 국가적 정체성이 법적, 경제적, 지정학적, 상징적(symbolic) 측면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법적 측면과 관련하여 저자들은 전통적인 회사국적의 판단기준으로 설립지, 본거지, 의결권에 기한 회사지배권 소재지의 3가지를 설명한다. 경제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본점소재지, 회사재산의 소재지 외에 최근에는 데이터가 보관되고 접근되는 곳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정학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이사의 국적, 공급망의 위치 등이 중요하며 회사의 법률상 국적보다는 국제적 갈등상황에서 회사가 과연 어느 나라에 충성하고 봉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상징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현지의 국민들이 당해 회사를 어느 나라 회사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회사의 국가적 정체성은 법적 측면에서는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근래 경제적, 지정학적, 상징적 측면의 중요성이 높아짐을 고려하면 시간과 공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I장에서는 이러한 분석틀을 이용하여 4가지의 실제 사례를 검토한다. 두 사례는 중국에서 설립된 회사로 TikTok과 Shein이란 회사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두 사례는 Pirelli와 US Steel이란 서양의 회사를 외국기업이 인수한 사례이다. 그에 따르면 Shein을 제외한 이들 사례에서 현지의 정부는 외국회사가 수반하는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서 그 회사와의 경제적교류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내부지배구조에 직접 간섭하는 방식으로 대처하였다.
III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제시하는 회사법적, 정책적 함의를 살펴본다. 회사법적 함의와 관련하여 저자들은 국가적 정체성의 기준으로 의결권에 의한 지배와 별도로 정부영향(government-influence)이란 기준이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민간기업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영향인데 공산당은 전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민간기업에 대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