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와 연방대법원

2년 전 미국 증권법과 연방대법원에 관한 Pritchard교수와 Thompson교수의 논문(The Future of Securities Law in the Supreme Court, 2021 Colum. Bus. L. Rev. 881 (2021))을 소개한 일이 있다(2022.12.3.자). 그 논문은 자신들이 출간할 예정인 책의 개요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책은 지난 해 Oxford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되었다(“The History of Securities Law in the Supreme Court”). 최근에는 그 책의 내용에 관한 심포지엄 특별호가 Seattle University Law Review에서 출간되었다. 여러 논문이 실려있으나 증권법판례의 변천을 행정국가(Administrative State)란 시각에서 포괄적으로 다룬 한 논문을 소개한다. Paul G. Mahoney, The SEC, the Supreme Court, and the Administrative State, 47 Seattle University Law Review 927 (2024).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예컨대 2021.9.29.자) 저자는 버지니아 로스쿨 교수로 증권법 권위자이다.

SEC의 규제권한과 그에 대한 법원의 통제를 다룬 이 논문은 SEC의 규제를 일반적인 경제규제의 일부로 보고 행정국가와 그에 대한 사법적 통제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검토한다. 2022년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책을 저술한 Pritchard와 Thompson이 SEC의 결정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가 Powell대법관의 취임을 계기로 부정적으로 전환하였음을 강조하는데 비하여 저자는 시야를 보다 넓혀 그러한 전환의 원인을 지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에서 찾는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경제규제의 성장에 관한 I장에서는 19세기말부터 자연독점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경제규제가 출현한 과정과 증권규제가 공시를 중심으로 설계된 과정을 살펴보고 법원이 전문가인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였음을 지적한다. II장에서는 확대일로를 걷던 경제규제에 제동이 걸린 과정에 대해서 검토한다. 저자는 그 출발점으로 Hayek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출현과 경제규제에 대한 그들의 비판을 든다. 이어서 가격이나 물량에 직접 간섭하는 대신 외부효과와 정보비대칭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스타일의 규제에 대해서 설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는 SEC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서 과거에는 구체적 사안별로 결정하였으나 점차 일반적인 규칙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경제규제의 위축에는 경제학자들의 관점의 변화만이 아니라 법조문의 해석에 관한 법률가들의 태도변화도 영향을 미쳤음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증권규제법의 위반 시에 이른바 묵시적 소권(implied private right of action)이 인정되는자의 문제에 관해서 문리해석이 목적적 해석을 누르고 득세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저자는 설사 Powell대법관이 취임하지 않았더라도 Bork를 비롯한 보수적 법관들에 의해서 결국 증권규제법의 확장해석에 제동이 걸렸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III장에서 제시한 저자의 주장이다. II장에서 보수적 법률가들이 증권규제법의 목적적 해석 대신 문리해석을 추구한 것은 비민주적기관인 법원이 법해석을 통해서 의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SEC와 같은 위원회가 규칙제정을 통해서 실제로 입법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경계하였으나 근자에는 위원회가 법률의 명시적 수권없이 규칙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 법원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억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최근 미국 행정법학계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SEC가 원래의 사명인 공시와 사기방지가 아닌 다른 활동에 대한 권한을 상실한다면 역설적으로 과거와 같이 시장이나 대중에게는 물론이고 법원으로부터도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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