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법상 금융상품(financial instruments)은 미국 증권규제에서의 증권(securities) 개념이나 우리 자본시장법상의 금융투자상품과 마찬가지로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 II)을 비롯한 EU금융규제법의 적용여부를 좌우하는 핵심개념이다. 최근에 채택된 가상자산에 관한 규제법인 MiCAR에서 금융상품을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상품은 전통적인 금융상품규제와 가상자산규제를 가르는 기준으로도 작용한다. 오늘은 EU법상 금융상품에 관한 기능적 분석이 담긴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Matthias Lehmann & Fabian Schinerl, The Concept of Financial Instruments: Drawing the Borderline between MiFID and MiCAR, Capital Markets Law Journal, forthcoming 2024. 이 논문은 비엔나대학 교수인 Lehmann교수가 자신의 조교와 공저한 것이다.
MiFID II는 금융상품을 개념적으로 정의하는 대신 다수의 상품유형을 열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논문은 금융상품 개념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들은 금융상품 개념이 감독기관의 관점에서는 새로이 출현하는 투자대상을 포섭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어야 하면서도 동시에 수범자인 시장주체의 관점에서는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유연한 접근방법(flexible approach)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금융상품의 유연한 정의를 추구하며 금융상품이 구비해야 하는 일반적인 요소들을 제시한다. 이들 요소는 모두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한 요소가 미흡하더라도 다른 요소들이 충분한 경우에는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하다.
저자들은 EU의 기존 금융규제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도출한다: ①권리와 의무의 존재, ②시장에서의 거래가능성, ③투자기능이 있습니다. ①과 관련하여 그 권리(의무)는 계약적 성격을 갖고 장래의 현금흐름을 대상으로 한다. ②의 시장거래 가능성과 관련하여 저자들은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요구한다: ⓐ양도가능성(transferability), ⓑ유통가능성(negotiability), ⓒ대체가능성(fungibility). 이들 조건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것으로 금융상품의 유형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 끝으로 ③의 투자기능과 관련하여 저자들은 금융상품은 투기나 헷지와 같은 목적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항상 장래의 재무상의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투자기능이 있는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기할 것은 투자성이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관적인 의도가 아니라 그 상품자체의 조건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견해이다. 그와 관련하여 위스키와 같은 상품자체는 설사 매수인이 가치상승을 노리고 매수한 경우라도 금융상품이 될 수는 없고 그것을 투자로 만들 수 있는 계약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