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거래에 적용되는 공정성기준은 미국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회사법의 이론과 실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에서는 특히 최근 머스크의 스톡옵션에 관한 Tornetta판결(2024.12.31.자)을 계기로 한층 더 주목을 끌고 있다. 오늘은 공정성기준에 관한 델라웨어주판례법을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onathan R. Macey, “Fair is Fair” in Corporate Law (2025). 명문 Yale Law School 교수인 저자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회사법과 금융법의 대가이다(이번 주제와 관련된 것으로는 2024.12.4.자).
미국에서 이사의 신인의무 위반에 대한 가장 중요한 구제수단은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이다. 신인의무를 위반한 거래를 무효화하는 것도 구제수단에 포함되지만 그 경우 회사와 주주에 유리한 거래도 무효로 선언될 우려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러한 가능성을 막기 위하여 개발된 것이 공정성기준이다. 저자는 공정성기준은 회사와 주주에 유리한 거래와 그렇지 못한 거래를 구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델라웨어판례법은 그와는 달리 너무 엄격한 수준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델라웨어법원은 가격의 공정성과 절차의 공정성을 모두 요구하고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경우 당해 거래가 일반주주에 불리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거래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Tornetta판결이다. 저자의 대안은 공정성심사를 두 가지로 나누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래라도 다음 두 가지 요건 중 어느 한쪽이라도 충족하면 유효로 보자는 것이다. ①하나는 거래를 일반주주가 승인한 경우이고 ②다른 하나는 거래조건이 실질적으로 공정한(substantively fair) 경우이다. 실질적 공정성은 거래조건이 독립당사자사이의 거래의 조건에 부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장에서는 델라웨어회사법상 공정성이 수행하는 현재의 역할을 살펴본다. 저자는 델라웨어법원이 이사의 독립성이나 이사행동의 결함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당해 거래의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III장은 공정성이 회사법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논한다. 현재의 델라웨어법상으로는 절차상의 결함이 있으면 주주에게 이로운 거래라도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델라웨어법은 거래의 체결방법과 종속회사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방법을 규율하는 것에 더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한다. IV장에서 저자는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한 승인결의가 있으면 공정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V, VI, VII장은 매우 짤막하고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 V장에서 저자는 회사법상 공정성은 소수주주의 실제의 선호와 괴리된 추상적, 형이상학적 개념처럼 파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VI장에서는 공정성이 실제 적용되는 사례로 차등의결권주식의 경우를 소개한다. VII장에서는 자신의 견해에 대하여 예상되는 반론을 논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