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사이의 계약과 회사법상의 제약

회사법과 사적자치는 현대 회사법학의 주요과제이자 이 블로그의 단골 테마이다(최근의 예로 2025.2.4.자). 이 테마는 특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2022.4.26.자)나 사모펀드에 의한 투자(2021.12.28.자)와 관련하여 많이 논의된다. 델라웨어주법으로 대표되는 미국 회사법은 사적자치의 여지를 넓게 인정하다보니 스타트업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 결과 무수한 하이테크기업들이 출현하게 되었으나 대륙법계 국가의 회사법은 강행규정이 많고 경직적이다보니 결과적으로 벤처캐피털에 의한 투자도 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재의 통념이라고 여겨진다. 오늘은 이러한 통념을 보다 본격적으로 탐구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Luca Enriques, Casimiro A. Nigro & Tobias H. Tröger, Venture Capital Contracting as Bargaining in the Shadow of Corporate Law Constraints (2025). 공저자인 Enriques교수와 Tröger교수와는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 전에 이들이 공동편집한 관계자거래에 관한 책에 기고한 일도 있다. 이 논문에는 다음과 같은 자매논문들이 존재하는데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Luca Enriques, Casimiro A. Nigro, & Tobias H. Tröger, The Shadow of Mandatory Corporate Law on European VC Contracting: What Implications for Market and Policymaking?, in RESEARCH HANDBOOK ON THE STRUCTURE OF PRIVATE EQUITY AND VENTURE CAPITAL INVESTMENTS (Brian J. Broughman & Elizabeth de Fontenay eds., forthcoming); Can U.S. Venture Capital Contracts Be Transplanted into Europe? Systematic Evidence from Germany and Italy (2024); Mandatory Corporate Law as an Obstacle to Venture Capital Contracting in Europe: Implications for Markets and Policymaking (2025).

논문은 앞서 언급한 통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검증한 후 독일과 이태리의 회사법의 경직성이 미국의 벤처캐피탈거래에서 작동되는 사적조정장치의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회사법과 벤처캐피탈과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검토한다. 먼저 벤처캐피탈 투자과정의 구조를 설명하고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에서 사적조정이 수행하는 고유한 역할을 강조한다. 이어서 회사법과 벤처캐피탈의 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를 정리하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이를 토대로 회사법의 경직성이 사적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자신들의 견해를 밝힌다. 저자들은 벤처캐피탈과 창업자가 자신들의 법적 관계를 원하는대로 형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벤처캐피탈에 친화적인 회사법이 이상적이라고 평가하지만 현실의 회사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이상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회사법의 경직성이야말로 최적의 계약관계를 형성하고 실천하는 것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저자들은 사적조정을 가로막는 회사법상의 제약을 ①금지와 ②법적 불확실성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각각 검토한다. ①은 절대적 금지와 상대적 금지로 구분하는데 후자는 당사자들이 덜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회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III장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벤처캐피탈투자를 비교법적으로 고찰한다. 미국은 델라웨어, 유럽은 독일과 이태리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미국 회사법이 사적조정에 친화적임을 살펴보고 벤처캐피탈거래의 기능과 계약적 구조를 소개한다. 미국과 달리 독일과 이태리에서는 벤처캐피탈과 창업자들이 현지 회사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는데 사적조정, 특히 벤처캐피탈계약을 혐오하는 이들 회사법상의 제약 때문에 효율적인 벤처캐피탈계약을 위한 사적조정의 여지가 봉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제약의 예를 ①금지와 ②법적 불확실성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먼저 절대적 금지의 예로는 이익발생여부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자동적 이익배당을, 그리고 상대적 금지의 예로는 (불성실한 창업자의 보유주식을 저가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이른바 bad leaver조항과 상환청구권조항 등을 소개한다. 법적 불확실성의 예로는 동반매각청구권(drag-along right)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회사법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미국에서 활용되는 계약적장치들이 독일과 이태리에서는 도입되기 어렵고 설사 도입되는 경우에도 미국에서와 동등한 정도의 효과는 거두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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