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대상회사 이사의 행위를 통제하는 기준

최근의 고려아연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와 같이 이젠 적대적 기업매수도 더 이상 우리와 무관한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매수의 대상인 회사의 이사행위를 통제하는 기준 내지 규범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학계의 논의도 그다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그나마 아직 우리 법원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관한 논의가 가장 먼저 시작되고 또 활발한 곳은 미국이지만 최근에는 이웃 일본의 움직임도 괄목할 만하다. 2023년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기업매수에서의 행동지침”은 그간의 논의를 토대로 학계와 실무계가 힘을 합쳐 이뤄낸 업적이다(그 개요에 관해서는 2023.10.31.자). 매수행동지침의 주요논점에 대해서는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고 지난 달에는 이이다(飯田)교수의 영문논문을 소개한 바도 있다(2025.3.29.자). 오늘은 매수행동지침에서 채택한 기준인 주주이익과 기업가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田中 亘, 株主利益と企業価値─買収対象会社の取締役の行為規範について, 神作裕之先生・藤田友敬先生還暦記念 商法学の拡がり(商事法務 2025) 353-398면. 저자인 타나카 와타루교수(동경대)는 이미 수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일본의 대표적 회사법학자이다(2021.12.21.자).

지난 번 소개한 이이다교수의 논문에서 일본법은 기업가치(또는 회사가치)를 기업매수에서의 판단기준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판단을 완전히 이사회에 맡기지 않고 주주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이다교수에 따르면 주주의 의사를 존중하다 보면 최고의 매수가격을 제시한 인수자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이 반드시 기업가치의 최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즉 기업이익(가치)이 주주이익(가치)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나카교수의 논문은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에서는 문제의 소재와 논문의 개요를 정리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III장에서는 기업가치의 의의를 검토하고 주주이익과의 관계를 논한다. IV장에서는 매수행동지침이 제시한 행위규범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V장에서는 매수행동지침의 태도를 평가하고 자신이 그것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힌다.

III장에서 저자는 기업가치의 개념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경제학적 개념으로 “기업이 장래에 걸쳐서 산출하는 부가가치의 할인현재가치의 합계”인 것에 비하여 다른 하나는 매수행동지침이 택하는 개념으로 “기업이 장래에 걸쳐서 산출하는 현금흐름의 할인현재가치의 총화”이다. 양자의 차이는 요컨대 경제학적 기업가치는 근로자와 같은 이해관계자가 얻는 초과임금은 포함하고 오염물질배출과 같은 외부효과는 공제하는 사회효용적 관점의 개념인 것에 비하여 매수행동지침의 기업가치는 주주와 회사채권자에 귀속하는 현금흐름의 할인현재가치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경제학적 기업가치보다 좁은 개념이다. 저자는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은 대체로 일치하지만(이른바 “일치명제”)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보고 일치명제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구체적인 현실사례를 제시한다. ①매수기업이 실수로 자기가 실현할 수 있는 가치보다 높은 매수가격을 제시하는 경우, ②매수를 계기로 주주이외의 이해관계자로부터 주주에로 이익을 이전하는 경우, ③복합적인 경우.

IV장에서는 매수행동지침이 제시한 행위규범을 다음 3가지 경우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①매수제안을 수령한 이사회가 그 시비를 검토하는 경우, ②이사회가 매수에 응하기로 하는 방침을 정한 후에 경쟁적인 제안을 받은 경우, ③매수자가 동의없이 매수를 시도하는 경우. 먼저 ①의 경우 이사회는 매수자가 제시한 매수가격이 현재와 미래의 주주가치를 상회하는 경우에도 그 매수가 대상회사의 기업가치의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매수제안을 거절해야 한다고 본다. 이어서 ②의 경쟁제안이 있는 경우 경쟁제안 쪽이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기업가치의 면에서 선행제안이 더 우월한 경우에는 선행제안쪽을 지지해야 한다고 본다. 특기할 것은 ③의 경우에 대한 매수행동지침의 태도이다. 매수행동지침은 기업가치향상에 기여하지 않는 매수자가 이사회의 동의없이 매수를 시도하는 경우에는 주주에게 대해서 매수에 응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응방침을 도입하거나 대항조치를 발동함으로써 주주의 결정을 저지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V장도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소개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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