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기금의 역할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비중이 높아감에 따라 그것이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력도 증대하고 있다. 그에 따라 경영권분쟁이나 주주행동주의 사례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일반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에 대해서는 회사법학계에서도 특히 스튜어드십코드의 확산을 계기로 논의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공적연금기금의 역할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다. 오늘은 공적연금기금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ill E. Fisch & Jeff Schwartz, The Singular Role of Public Pension Funds in Corporate Governance, Texas Law Review, forthcoming 2025. 저자들은 이미 회사법분야에서 함께 여러 논문을 공저한 바 있는(2024.7.24.자 등) 중견연구자이다.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다툼이 존재한다. 저자들의 주장은 공적연금기금은 일반 기관투자자들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므로 그 역할도 달리 상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기관투자자의 경우에는 수익자들의 이익은 펀드의 이익과 정비례하므로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자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이른바 “수익자우선주의”(beneficiary primacy)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공적연금기금은 통상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structure)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익자에게 약속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한 공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공적연금기금의 경우에는 수익자가 아니라 기금자체를 본인(principal)으로 보고 기금운영자는 기금자체에 대해서만 신인의무를 부담한다고 본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기금운영자들이 저소득자를 위한 주택 등 정부사업에 투자하거나 담배사업이나 공해업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거나 ESG를 위한 행동주의에 나서는 등의 활동은 쉽게 정당화할 수 있다. 저자들은 공적연금기금이 회사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일반대중의 가치를 대변함으로써 회사민주주의를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공적연금기금의 개요를 정리한다. II장에서는 공적연금기금의 활동이 수익자이익과 충돌한다는 비판과 그에 따른 소송과 입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III장에서는 공적연금기금의 경우에 수익자우선주의가 왜 타당할 수 없는지를 제시하고 IV장에서는 공적연금기금자체를 본인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함을 주장한다. V장에서는 이런 관점의 전환이 지닌 법적, 정책적 함의를 논하고 VI장에서는 이러한 관점의 전환으로 인하여 자금부족이 초래될 것이라거나 기금의 책임운영이 훼손될 것이라는 등의 반론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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