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네트워크의 법적 구조

명칭부터 낯설었던 가상자산은 이제 좋든 싫든 피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은 것 같다. 자본시장법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예컨대 2025.5.28.자) 이제 그에 관한 논의는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은 회사법 기초이론의 관점에서 가상자산문제를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ames J. Park, Crypto Associations, UCLA L. Rev. (forthcoming). 저자는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UCLA 로스쿨의 한국계 교수로 증권법분야의 전문가이다(2021.1.1.자).

논문은 가상자산이 아니라 “crypto association”이란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생태계를 다룬 것이다. association은 통상 협회나 단체로 번역되지만 이곳에서는 대신 네트워크란 용어를 사용한다. 가상자산 네크워크는 개발자(Developer), 인증자(Validators), 구입자(Purchaser)의 3가지 유형의 주체로 구성된다. 네트워크는 회사나 조합 같은 조직과 달리 참여자들 사이의 계약이나 중앙의 의사결정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직(entity)이 아니며 가상자산 구입자에게 아무런 계약상의 의무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과 SEC는 이런 네트워크의 주장을 배척하고 경우에 따라 네트워크를 조합으로 파악한다. 저자는 네트워크가 조직이 아니라는 네트워크의 주장이 회사를 계약의 꾸러미로 파악하는 계약설적 회사관과 유사하다고 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계약설의 문제는 중도의 지배구조변경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점인데 가상자산 네트워크에서는 지배구조가 중도에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계약설만으로 네트워크를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를 조직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저자는 조직(법인격으로 바꾸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의 기능을 두 가지로 파악한다. 하나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장기적 프로젝트를 위한 자산의 확보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가 조직에 대해서 부과하는 법적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는 기능이다. 저자는 후자를 중요시하는데 법원이나 SEC의 시각과는 달리 네트워크를 조직으로 보는 방법보다는 네트워크로 하여금 지배자(Controller)를 지정하도록 하여 그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을 제안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개발자, 인증자, 구입자의 기능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네트워크의 구조를 설명한다. II장에서는 네트워크에는 참여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정하는 조합계약 같은 계약이 결여됨에도 불구하고 조합과 같은 조직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를 검토한다. 특히 일반적 투자계약에서와는 달리 가상자산거래의 경우에는 “계약”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III장에서는 계약설로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것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IV장에서는 조직에 해당한다고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효과, 장기자본의 확보와 의무이행의 확보에 대해서 살펴본 후 네트워크로 하여금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지배자를 지정하도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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