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웨어개정회사법의 부정적 효과

지배주주의 이익충돌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델라웨어주의 회사법개정(Senate Bill 21: SB 21)에 관한 논의는 이미 수차 소개한 바 있다(2025.5.8.자 등). 그 개정은 신속하게 마무리되었지만 그에 대한 찬반론은 아직도 학계와 실무계에서 지속되고 있다(예컨대 2025.7.19.자). 그러나 이제까지의 논의는 주로 이론적 측면에 집중되었고 이 개정이 실제 주가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아직 없었다. 오늘은 그러한 연구의 공백을 메꿔주는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Kenneth Khoo & Roberto Tallarita, The Price of Delaware Corporate Law Reform (2025). 저자들은 모두 하바드 로스쿨과 인연이 있는 학자들로 특히 하바드 로스쿨의 조교수로 있는 Tallarita교수는 Bebchuk교수와 공저한 논문이 많고 이미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예컨대 2024.8.17.자). Khoo교수는 싱가포르 국립대 출신으로 예일대에서 JSD를 받은 후 모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인 소장학자이다. 지난 봄 방콕에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토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여러 모로 미국의 회사법학자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개정에 이르기까지의 논의를 살펴보고 II장에서는 개정 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후 그것이 델라웨어회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가설을 수립한다. 논문의 핵심은 개정이 시장에 미치는 반응을 분석한 III장이다. 저자들은 델라웨어주법에 의하여 설립된 기업 중에서 시가총액기준으로 1000개 대기업을 대상기업으로 선정하고 非델라웨어기업 중에서 역시 1000개 대기업을 비교대상기업으로 선정하여 개정 전후의 주가변화를 측정하였다. 기준시점은 개정안의 통과시점이 아니라 개정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후 첫 거래일인 금년 2월18일로 잡고 그 직전일의 주가와 5거래일 후의 주가를 비교하였다. 저자들의 조사결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라웨어주기업의 비정상수익률(abnormal returns)은 비교대상기업에 비하여 1.4% 더 낮았다. 그 비율을 대상기업의 시가총액에 적용하면 약 7천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저자들은 대상기업을 다시 두 가지 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조사를 진행하였다. ①첫 번째 기준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15%에 미달하는지 여부이다. 15%에 미달하는 주주는 지배주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개정의 영향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저자들의 예상과 같이 비정상수익률의 크기는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②두 번째 기준은 차등의결권주식의 존재여부이다. 차등의결권주식을 통해서 지배하는 주주는 경제적지분이 작기 때문에 이익충돌의 위험이 더 크다고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조사결과는 역시 저자들의 예상이 맞았음을 보여줬다.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비정상수익률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하여 2.3%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반대론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조사결과에 저자들과 SB 21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론자인 Bebchuk교수과의 친분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 비판의 강도에 비하면 1.4%란 수치는 별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건 우리가 그간 늘 극적인 변화를 추구해 온 탓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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